교보생명 '18년 숙원' 금융지주…이번엔 결실 맺나

이민우 2023. 7. 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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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첫 작업 개시
은행 인수·상장 등 시도
침체되는 생보업…'생존' 위해 추진
"사업다각화·장기전략 수립 위해 필요"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출범을 목표로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주사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최근에는 손해보험업 진출 계획을 밝히는 등 18년간의 숙원인 지주사 전환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2월 지주사 설립 추진 계획을 공개하고 사업 확장 및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4월 교보AIM자산운용을 편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를 통해 그룹의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투자 부문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지분 투자부터 MG손해보험 인수 등 손보업 강화를 위한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주사 전환, 18년간의 숙원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오히려 18년가량 이어진 숙원사업이다. 2001년 은행권에서 여러 금융지주사가 잇따라 출범하자 2005년부터 교보생명도 지주사 전환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당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주사 전환을 주요 과제로 언급하며 "금융지주사 전환이 회사에 도움이 되는지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해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방법에 따른 재무적 영향 추정 작업을 시작으로 2007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지주사 전환 검토를 마치는 등 차곡차곡 지주사 출범 밑그림을 그렸다.

외부로 드러난 본격적인 첫 행보는 2010년대였다. 은행업 진출을 통해 지주사 체제 출범을 시도한 것이다. 2013년 교보생명은 지주사 출범을 전제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은행 지분 30% 인수를 추진했지만 입찰이 무산되면서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시도한 것도 지주사 체제를 위한 채비였다. 앞서 교보생명은 2015년 KT,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검토했다. 하지만 KT와의 지분율을 놓고 이견조율에 실패하며 인터넷은행 설립 불참을 결정했다.

2018년과 2021년 추진한 상장 작업도 결국 금융지주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풀이된다. 교보생명은 올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소송전이 이어지면서 상장 작업이 계속 지연됐다. 이에 지주사 작업을 먼저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침체된 생보업계…'생존' 위해 지주사로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업계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을 돌파구로 보고 있다. 현재 생명보험 중심 지배구조로는 각종 법규상 제약으로 그룹의 장기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생보업계 업황은 악화일로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보사의 보유계약액은 2348조9003억원(일반계정 기준)이다. 1년 사이 29조6349억원(1.2%) 줄어들었다. 2020년부터 3년째 감소세다. 새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이들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신계약액은 253조1679억원으로 전년보다 19조9768억원(7.3%) 급감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연간 신계약액은 2010년(233조5986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생보사들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새 먹거리를 절실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교보생명에 있어 지주사 전환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최대 과제로 꼽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특히 교보생명 지분 24%를 보유 중인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동의를 획득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교보생명은 물밑에서 어피니티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 측의 긍정적 회신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비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면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도 더 높은 가격으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현재 생명 중심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의 그룹 성장전략 수립 및 추진이 가능한 새 기업지배구조가 필요하다"며 "기존 생명보험 중심에서 다양한 비(非)보험 영역으로의 사업기반을 확장하며 그룹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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