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속도전에 여성들만 떠안은 경력단절"
"보통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 그래프는 'M'자 형태를 나타내지만, 첨단산업은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라 경력단절 이후 복귀가 어려워지는 'L'자 곡선을 나타낸다. 여성 이공계 인력을 활용하고 경력단절 여성들이 있다면 이들의 복귀 활용을 강화하는 것도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문애리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 이사장(사진)은 12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첨단산업분야에서 여성인재 활용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정부가 첨단산업분야 인재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공계열 여성인력 활용률이 워낙 저조한데다 임신, 출산, 육아로 경력단절까지 겹쳐 여성인재 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
문 이사장은 "여성 산업기술 인력은 경력파이프 누수가 발생하기 때문에 연령이 상승할수록 해당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한다"고 말했다. "이공계열 전공자의 경우 남성은 3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까지 95% 수준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이는 반면 여성은 30대 초반 72%였던 참가율이 30대 후반에는 61%까지 줄어들고 40대 이후에도 감소분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공계 전공 경력단절 여성 규모를 18만8000명으로 추정할 수 있는데, 최근 과기 인재 수급 부족 전망치(2024~2028년) 4만7000명의 4배 규모"라고 했다. 이어 "특히 기술 변화가 빠른 ICT 산업을 보면 여성인력의 비중이 20대 중반 63.9%에서 40대는 17.8%으로 급격하게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해결책으로는 유연 근로환경과 같이 일생활 균형 문화를 조성해 여성들의 경력이탈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제도를 강화하고, 경력이음을 위한 신산업·기술 교육 등 재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이사장은 "첨단산업분야 대기업들이 많은 우리 산업계의 조직문화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기업은 성과를 내 이익을 창출하는 집단인만큼 단순히 여성인력을 뽑아야 한다는 개념이 아닌, 여성 인력을 활용했을 때(다양성·포용성의 가치 조성) 더 큰 성과가 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사학자 마거릿 로시터의 ‘마틸다 효과’를 언급하며 "해외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도 첨단산업분야 종사자들이 성과를 냈을 때 여성 보다 남성의 공로를 더 인정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여성들의 성과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는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하고, 여성 인력을 관리자급으로 육성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마틸다 효과란 여성이 남성의 그늘에 가려져 그 업적이 무시되거나 인정받지 못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작년 11월 위셋 이사장으로 취임한 문 이사장은 올해 위셋이 추진 중인 여성 과학기술인 경력 단절 방지 및 경력 복귀 프로그램을 알리는데 업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위셋은 ▲이공계 진로캠프, 멘토링 등을 통한 이공계 여성 유입 확대 프로그램 ▲여성인력의 첨단산업분야 일자리 진입을 위한 경력 전환 및 특화 교육 프로그램 ▲육아휴직으로 공석이 발생하지 않게 대체인력을 지원하는 활동 ▲여성과학기술인의 연구개발(R&D) 경력복귀 지원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램도 전했다.
문 이사장은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성격차지수는 경제참여·기회가 평가 항목 중 하나인데 한국의 지수는 146개국 가운데 105위로 지난해 99위보다 순위가 더 내려간 하위권"이라며 "이러한 현실은 위셋이 연구 프로젝트 대체인력 지원 사업, 연구개발 경력 복귀 지원사업 등을 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활용의 근간이 되는 ‘5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위셋 설립 10주년을 맞아 11월에는 1회 대한민국여성과학기술인대회를 열고 여성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원년의 해로 삼을 예정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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