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하긴 하지만…유통업계 “제2 아스파탐 또 나올 수도” 

안세진 2023. 7.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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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14일 발암물질2B군 분류 전망
아스파탐, 발암가능성 있지만 증거 불충분
유통업계, 아스파탐 손절…대체재 마련 분주
“정부 차원에서 소비자 불안 해소 필요”
쿠키뉴스 자료사진

‘제로 슈거’ 열풍이 공포감으로 바뀌었다. 제로 슈거 음료에 자주 사용되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Aspartame)’이 발암 물질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오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할지를 두고 유통업계에서는 대응책 마련이 분주하다.

아스파탐 뭐 길래?

아스파탐은 인공감미료의 일종이다. 적은 양만으로 단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설탕이 1이라면 아스파탐은 200이다. 설탕 대신 아스파탐을 쓰는 이유는 저칼로리이기 때문이다.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고 배출돼 혈중 포도당 농도에도 영향을 적게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을 생성하지 않아 충치 발생 가능성도 낮다. 

아스파탐은 1965년 미국 화학자 제임스 슐래터가 위궤양약을 개발하기 위해 화학물질을 합성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미국에서 1974년, 일본에서 1983년, 한국에서 1985년에 식품첨가물로 지정됐다. 현재 200여 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주된 사용처는 음료와 막걸리, 과자, 빵, 사탕, 김치, 건강기능식품 등이다. 

발암물질로 전락한 아스파탐

불과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식품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갖던 아스파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외신에서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것이란 보도가 나온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오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을 ‘인체 발암 가능 물질’(2B군)로 분류할지 결과를 발표한다.

식품업계는 긴장 상태다. 국내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주요 제품으로는 롯데칠성음료의 ‘펩시 제로슈거’, 서울장수막걸리의 ‘장수막걸리’, 국순당의 ‘국순당 생막걸리’, 오리온의 ‘포카칩 어니언 맛’ 등이 있다. 

발암물질로 분류될 것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아스파탐과 손절하는 업체도 여럿 생기고 있다. 이들은 현재 대체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는 자사 과자들에 들어간 아스파탐을 다른 재료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막걸리 회사들은 ‘무(無) 아스파탐’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13일 복수의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업계에서는 사실상 발암물질로 분류됐다고 보고 있다”며 “논란이 된 것 자체만으로 소비자들 사이 불안감이 조성됐고 아스파탐이 사용된 제품을 멀리하고 있기 때문에 대체재를 찾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부정적 인식 탓에 바꾸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품에 들어가는 아스파탐의 양이 원체 극소량이어서 건강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권장량은 60㎏ 성인 기준 1일 최대 2.4g이다. 이는 막걸리 33병, 제로콜라 55캔을 한꺼번에 먹는 수치와 비슷하다. 

또 유엔 산하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도 이미 아스파탐에 대해 1980년에 안전성을 인정하면서 일일 허용량(체중 1㎏당 40 이하)을 제시한 적이 있다.

발암물질 분류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IARC는 암 유발 여부와 정도 등에 따라 물질을 5개군(1군·2A군·2B군·3군·4군)으로 나눈다. 아스파탐이 속할 2B군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인체 및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각 군에 속한 제품 예시를 살펴보면 1군에는 술과 담배, 자외선, 소시지·햄 등 가공육이, 2A군에는 소고기 등 붉은 고기와 뜨거운 차, 튀김이, 2B군에는 김치와 오이피클 같은 절임 채소와 전자파, 나프탈렌 등이 해당된다. 지난 2016년 국제암연구소는 1991년 2B군으로 분류한 커피를 25년 만에 제외한 바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업계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아스파탐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안과 잘못된 내용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해소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인체에 해롭다는 과학적 근거는 불충분하지만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기에 이같은 분류가 있는 거고 이에 대해 잘못됐다고 보기엔 어렵다”면서도 “기업 입장에서 ‘문제가 없다’는 식의 발표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 감미료에 대한 이같은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사카린만 봐도 그러하다. 발암 물질이 아닌 것으로 결론났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면서 “제2의 아스파탐은 또 나타날 텐데 이같은 소비자 불안감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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