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車에 탄소세 더 물렸더니...놀라운 온실가스 감축효과
전 세계 30개 안팎의 국가에서 상품과 서비스 생산·소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억제하기 위해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보통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산해 1톤당 얼마씩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일률 과세 대신에 항공 여행이나 고가 승용차 같은 사치품 구매에 더 높은 세율, 더 높은 탄소 가격을 적용하는 이른바 '사치 탄소세'를 도입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영국 리즈 대학과 스위스 로잔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 '원 어스(One Earth)'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치 탄소세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제시했다.
일률적인 탄소세를 부과하는 경우보다 가정 부문에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6% 더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 부문 연간 배출 6% 낮춰
이는 지구 기온 상승을 2도로 묶는 감축 목표 아래에서 가정 부문에서 배출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의 75%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또 1.5도로 묶는 목표 아래에서 가정 부문의 탄소 예산의 약 3분의 1에 해당한다.
연구팀이 사치 탄소세를 구상하게 된 것은 고소득 국가의 경우 일률적인 탄소세 부과가 저소득 가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에도 차별적인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 더 큰 감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도 소득 수준에 따른 탄소 배출의 불평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 소득 상위 1% 개인이 전체 배출량의 10% 가까이 차지하고, 상위 10%는 전체 배출량의 45%를 차지한다.
하위 50%가 배출하는 배출량은 15%도 안 된다.
사치품은 가격 오르면 소비 줄어
탄소세 부과로 사치품의 가격이 오르면 사치품 구매를 포기하는 것이 더 실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뚜렷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개념을 전 세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 88개국(전 세계 인구와 국민소득의 90% 이상을 차지)에 적용했다.
국가별 탄소세를 설계하고, 가계 소비와 탄소 배출량을 바탕으로 그 효과를 파악하는 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한국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분석 과정에서 연구팀은 사치품과 필수품을 소득 탄력성으로 구분했다.
사치품은 소득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소득 탄력성이 1보다 큰 것)을, 필수품은 소득이 늘어나도 수요는 더 늘어나지 않는 것(소득 탄력성이 1보다 작은 것)이다.
"국가 간 탄소 누출" 우려도
경제학자들은 전통적으로 탄소 가격을 균일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균일한 탄소 가격이 한계 저감 곡선을 왜곡하지 않으며, 비용이 적게 드는 부문에서 우선하여 감축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또, 배출되는 탄소는 출처와 관계없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동일하기 때문에 탄소 가격은 고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 간 탄소에 부과하는 세금(탄소 가격)이 다를 경우 공장의 이전과 같은 국가 간 '탄소 누출'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기존의 관점은 생산 측면의 관점일 뿐이고 수요의 관점이나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면서 "모든 탄소를 줄이는 데 똑같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사치 탄소세를 거둬서 마련한 재원은 가난한 계층의 주택 개량을 지원하거나 소득 재분배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죄에 부과하는 세금은 아니다"
더불어 전 세계 소득 상위 10% 인구의 배출량 가운데 약 50%, 상위 1% 인구의 배출량 가운데 70% 이상이 소비가 아닌 자본 투자 때문일 수 있다는 점도 탄소세 설계 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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