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에 입 뗀 자폐소년…케임브리지대 최연소 흑인 교수 되다
자폑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고 11세가 돼서야 처음 입을 뗐던 소년이 자라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 최연소 흑인 교수가 됐다. 올해부터 교육사회학을 가르치는 제이슨 아데이(37) 얘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데이는 "어릴 적 전문가들은 평생 도움을 받고 살아야 한다는 암울한 진단을 내렸다"며 "하지만 난 무엇인가를 해야 할 운명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1985년 아데이는 런던 남부 클래팜에서 가나인 부모 아래서 네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정신건강 분야 간호사였고, 아버지는 요리사로 일했다.
세 살 되던 해,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전반적인 발달지연 장애를 진단받았다. 말을 하지 않아 소통이 되지 않는 아들을, 어머니 기프티는 포기하지 않았다. 4세 때부터 수화를 가르치고 음악·언어 치료를 받게 했다. 수 년이 흐르고 11세가 되던 해, 아데이는 처음으로 세상에 목소리를 냈다. 그는 "어느 날 운명처럼 인사를 했던 순간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이후 사우스필즈의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도 했다.
또다른 인생의 전환점은, 대학교수이자 멘토인 산드로 산드리를 만나면서 찾아왔다. 아데이의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직업 소개소에 갔다가 "기껏해야 자원봉사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취업 대신 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고등교육 학력 인증 및 직업 자격 위원회(BTec) 과정을 운영하는 머튼대(Merton College)에 연락을 했고, 스포츠학 교수였던 산드리를 만났다. 그는 아데이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심하고 매일 밤 글을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쳤다. 아데이는 "산드리는 1년 전까지 매일 '넌 훌륭하고, 훌륭한 일을 할 것'이라는 문자를 보내줬다"며 "나는 반복되는 그 말을 믿었다"고 말했다.
글을 깨친 뒤 아데이는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했다. 낮엔 체육 강사, 밤엔 청소부로 일하며 학비를 벌고 틈틈이 공부했다. 고된 주경야독 끝에 그는 더럼대(University of Durham), 글래스고대(University of Glasgow) 교수를 거쳐 케임브리지대에 입성했다. 아데이는 "지난 15년 동안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자폐 진단을 받았던 사실을 공개한 건 최근 몇 년 사이다. 지금도 책의 가장자리를 휙휙 넘기고 싶거나, 신경분열적 양상이 나올 때도 있지만, 그는 학업생활 내내 숨겨야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흑인과 소수민족 사람들은 백인보다 역량이 떨어진다는 전제 하에 판단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데이는 경험을 토대로 인종 차별, 인식 교육, 사회적 기업 등 사회학 분야에 천착했다. 오는 9월부턴 케임브리지대 박사과정 학생들에게 사회 정의, 불평등의 교차성 등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는 앞서 케임브리지 교수 임명식에서 "불우한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문을 열어주고, 고등 교육을 민주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똑똑한 사람이라기 보다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0년, 35일 동안 30개의 마라톤에 참가해 자선 기금을 모은 사례를 들었다. 그는 현재까지 총 500만 파운드(약 84억원)를 모금해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고 한다. 그는 "산드리와 했던 유일한 약속은, 그가 나를 위해 해준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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