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우리는 다시 최전선으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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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건장한 중년 사나이 5명과 함께였다.
크렘린은 대통령실 대변인의 공식 성명까지 내며 "심각하고 중대한 합의 위반"이라면서 튀르키예를 맹비난했다.
프로코펜코 대령의 일성은 "아조우 연대 장병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원 최전선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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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의 건장한 중년 사나이 5명과 함께였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아조우 연대’ 지휘관들이었다. 아조우 연대가 유명해진 건 이들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지난해 2월 말부터 무려 3개월 동안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항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16일 아조우 연대 장병 100여명은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백기를 들고 항복했다. 이들이 항전했던 마리우폴은 2014년부터 러시아에 편입된 크림반도와 친러 정부가 수립된 도네츠크·루한스크주 사이에 위치한 곳이다. 전쟁 시작부터 러시아군에 완전 포위된 상황에서 항전했다는 뜻이다.
겨우 1000여명에 불과했던 아조우 연대는 항복 직전까지도 러시아군에겐 ‘악몽 그 자체’였다. 마리우폴 시내에서 신출귀몰하며 중대 대대 연대 단위의 러시아군을 끊임없이 궁지에 몰아넣었다. 10여대의 러시아군 탱크를 향해 단 한 대의 아조우 연대 소속 탱크가 정면으로 돌진하며 차례차례 파괴하는 영상은 1000만 이상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였다. 이들을 잡기 위해 러시아군은 다른 격전지엔 신경도 쓰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야 했다.
미로처럼 얽힌 아조우스탈 제철소로 몰린 뒤에도 이들은 식량과 물조차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한 달가량을 버텼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저항 메시지 영상들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폈다. 투항 당시에도 이들의 눈빛은 사자와도 같았다. 들것에 실린 부상병조차 비굴해지지 않았다.
이들은 젤렌스키 정부가 그해 7월 말 러시아와 포로교환에 합의하면서 풀려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매국노 빅토르 매드베추크를 내주는 대가였다. 하지만 부대원 대다수가 풀려났지만, 지휘관 5명은 석방되지 못했다. 러시아가 포로교환을 중재한 튀르키예에 지휘관은 전원 종전 때까지 묶어둬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데니스 프로코펜코 대령을 비롯한 5명은 그렇게 지난 1년간 튀르키예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비밀리에 직접 담판을 지어 이들의 석방을 성사시킨 것이다. 푸틴과 크렘린은 난리가 났다. 크렘린은 대통령실 대변인의 공식 성명까지 내며 “심각하고 중대한 합의 위반”이라면서 튀르키예를 맹비난했다.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고국으로 돌아온 지휘관들은 빗발치는 자국과 외국 언론 기자들의 질문에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프로코펜코 대령의 일성은 “아조우 연대 장병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전원 최전선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지난해 마리우폴 전투에서 했던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말은 앞으로 겪을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오랜 시간과 먼 여정을 거쳐 조국 우크라이나로 돌아온 단 하나의 이유가 바로 전선 복귀”라고 말을 맺었다. 프로코펜코 대령은 지난해 아조우스탈 항전에서 항복 직전까지도 “이제 더 이상 피할 곳도, 싸울 총탄도 없지만 끝까지 싸울 겁니다”라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동영상과 함께 남긴 인물이다.
12세기 중국 북송시대의 불교서적 임제록에는 “사자가 한번 부르짖으니 여우의 머리골이 찢어지도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러시아에 비해 전쟁 물자와 병력, 무기가 모자란 우크라이나지만, ‘무장된 정신’은 러시아에 비할 바가 아닌 듯하다. 프로코펜코 대령과 아조우 연대의 외침은 사자의 부르짖음으로 들리고, 바그너그룹 같은 용병까지 동원해 침략전쟁을 벌이는 푸틴과 그 세력은 왠지 여우처럼 보인다.
신창호 국제부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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