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제3지대 정당이 성공하려면

2023. 7. 13.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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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이(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제왕적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구제가 제3당 출현에 큰
걸림돌… 하지만 밝은 미래
위해 대안 정당은 반드시 필요

지금 정당들은 대표성이라는
본연의 기능 수행하지 못해
국민 또한 내 이익과 가치를
대표하는 정당 찾을 수 없어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을 넘어
특정 인물 아닌 구체적 가치와
정책을 정당 간판으로 세워야
국민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창당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그렇지만 해방 후 지금까지 양당 체제가 굳건히 뿌리내린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20석) 요건을 갖춘 제3당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제3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88년 13대 총선에서 만들어진 4당 체제는 90년 1월 3당 합당을 통해 양당 체제로 바뀌었다. 이후 14대 총선에서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석), 15대 총선에서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50석), 그리고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38석)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제도적으로는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제3당 출현에 큰 걸림돌이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대통령 후보가 이끈 제3당만이 성공할 수 있었다.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제3당 출현을 더 어렵게 만든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방식이기에 소수 정당 후보가 당선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수 정당들이 비례대표제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지만,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기한이 촉박할뿐더러 무엇보다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진보 대 보수의 진영 정치 또한 제3당 출현을 어렵게 한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각 정당은 대통령선거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승자독식 선거에서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는 매우 영리한 선거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악마화의 전략은 모든 사안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부추기면서 제3지대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3지대 정당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갖춘 대안 정당의 출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당 신뢰도는 수십 년 동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제3지대 신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안 정당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는 지금의 정당들이 대표성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 정당은 19세기 초반 계급정당으로 출발했다. 산업혁명 결과 대규모 노동자 집단이 출현하면서 자본과 노동의 갈등이 핵심적인 사회 균열 구조로 자리 잡았다. 이에 노동자 이익을 대표하는 노동당 혹은 사회당이 결성되면서 부르주아 계급의 이익을 대표하는 보수 정당과 경쟁했다. 20세기 후반 후기산업사회에 본격 진입하면서 사회 균열 구조는 더욱 다층화되고 복잡화됐다. 사회 균열 구조를 자본 대 노동의 계급 갈등으로 단순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계급이 다층화되고 환경, 평화, 인권과 같은 탈물질적 가치가 중시되면서 기존 계급정당이 대표하지 못하는 다양한 이익과 가치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 정당들이 매 순간 중산층 혹은 서민을 대표한다고 떠들지만 정작 국민은 내 이익과 가치를 대표하는 정당을 찾지 못한다.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인 대표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니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당의 대표성이 낮은 본질적 원인은 복잡화와 다층화라는 사회 구조의 변화에 있다. 참신한 인물을 충원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이 지지하는 정당을 만들기 어렵다.

제3지대 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핵심 기능인 대표성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표하는 정당, 특권과 구태를 척결하는 깨끗한 정당과 같은 모호한 수사만으로 국민 지지를 얻을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선 특정 인물이 아닌 구체적 가치와 정책을 정당의 간판으로 내세워야 한다. 예를 들면 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을 핵심 가치로 지향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연금, 교육개혁을 양극화 해소와 사회 통합의 가치 아래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급한 현안인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을 넘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국민에게 각인시킬 수 있을 때 제3지대 정당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윤성이(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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