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거제도 거북선 철거… 언제까지 이런 세금 낭비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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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조선해양전시관 광장에 전시된 '1592 거북선'이 결국 철거됐다.
2011년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 중 거북선·판옥선 원형복원 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16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제작됐으나 12년 만에 고철과 폐목재만 남기고 폐기된 것이다.
이 중에는 꼭 필요한 사업도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공짜 해외여행을 선물하는 식의 선심성 전시 행정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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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조선해양전시관 광장에 전시된 ‘1592 거북선’이 결국 철거됐다. 2011년 경남도의 이순신 프로젝트 중 거북선·판옥선 원형복원 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16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제작됐으나 12년 만에 고철과 폐목재만 남기고 폐기된 것이다. 엉성한 계획으로 시작해 부실한 시공과 관리 감독으로 이어지는 전시 행정의 전형적인 폐해다. 그런데도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며 세금 낭비가 사라지지 않으니 답답하다.
철거된 거북선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임진왜란 초기 연패를 거듭하던 조선군이 첫 승리를 기록한 옥포해전의 현장 거제도에 거북선을 복원한다는 것인데, 정작 옥포해전에는 거북선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10여년 전 남해안 일대 지방자치단체에 불었던 거북선 열풍에 편승했을 뿐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을 찾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제작업자는 국내산을 쓰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수입 목재를 사용했고, 바다에 띄운 순간 물이 들어와 해상 전시 계획을 접고 지상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이후 학생 교육을 위한 전시관으로 사용한다면서 목재에 방부 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안전사고 위험을 자초했다.
문제는 지자체의 이 같은 부실 사업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5억원을 들여 만든 충북 괴산의 솥단지가 결국 세계 최대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게 대표적이다. 테마파크, 랜드마크 건설 등 특색 없이 남을 따라 하는 전시성 사업도 끊이질 않는다. 지자체마다 국세에서 자동 이전되는 지방교부금을 쌈짓돈 삼아 단체장의 업적이라고 홍보하기 위한 사업에 골몰하는 탓이 크다. 지난해 지자체의 평균 예산자립도는 45.4%에 불과한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올해도 지자체 186곳이 1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에는 꼭 필요한 사업도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공짜 해외여행을 선물하는 식의 선심성 전시 행정이 적지 않다. 이런 식의 수준 낮은 행정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무엇보다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앞장서 예산 낭비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중앙정부 역시 지자체의 사업 타당성 검증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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