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밑돈 美CPI...7월 금리인상 후 긴축 끝날까(종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9%대까지 치솟았던 상승률이 3%까지 내려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Fed의 긴축 종료가 논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美 CPI, 3% 올라 예상치 하회...근원 CPI도 4%대로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했다. 이는 월가 예상치 3.1%를 밑도는 것으로,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았다. CPI 상승률이 4%를 밑돈 것은 2021년 4월 이후 처음이다. 6월 CPI는 전월 대비로도 0.2%의 상승률을 기록해 월가 예상치(0.3%)를 하회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해 2021년10월 이후 가장 느린 속도를 보였다. 전월 대비로도 0.2%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모두 시장 예상치(5.0%, 0.3%)를 밑도는 수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후 성명을 통해 "좋은 일자리와 낮은 비용, 이것이 바로 바이드노믹스"라며 "오늘의 보고서는 우리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새롭고 고무적인 증거를 제시한다"고 환영했다. 그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지난 12개월동안 하락해 3%로 떨어졌다"면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비롯한 비용절감을 위해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품목별로는 항공료, 중고차 등 일부 제품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확인됐다. 항공료는 한달새 8.1% 하락했다. 중고치와 트럭은 0.5% 떨어졌다. 주택임대를 비롯한 주거비용도 서서히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거비용은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7.8% 상승했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직전 달보다 오름폭은 낮았다. 특히 전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2년여만에 최저 수준으로 완화된 CPI 상승률은 1년 이상 이어온 Fed의 긴축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시그널로 평가된다. 특히 월가에서는 줄곧 5%를 웃돌며 긴축 장기화 우려를 부추겨온 근원 CPI가 드디어 4%대로 꺾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Fed가 면밀히 주시해온 근원 CPI 감속을 주목할만하다"면서 "소비자와 Fed에 희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연착륙 기대감도 높아졌다. 키 프라이빗 뱅크의 조지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는 "마침내 인플레이션이 냉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Fed는 이 보고서를 긴축정책이 원하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완화됐으나 성장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시간대학의 경제 및 공공정책 교수인 베스티 스티븐슨 역시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노동시장 붕괴 없이 둔화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둔화하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연착륙의 모습"이라고 전했다.
"아직 승리 선언 일러" 7월엔 금리 인상 유력
다만 Fed가 주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5%에 가깝고 2% 물가안정 목표치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이달 FOMC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마테요 최고투자책임자는 6월 CPI보고서를 '상당한 진전'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이달 말 Fed의 금리 인상 결정을 막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는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에 이르다는 대다수 Fed 당국자들의 최근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브라이트MLS의 리사 스터트반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가 아직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주택 임대를 비롯한 주거 비용은 6월 근원 CPI 상승분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주거비를 비롯한 서비스 물가는 그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노동시장 과열과 함께 끈적한 인플레이션 주범으로 꼽아온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시선은 7월 금리 결정 이후의 행보에 쏠리는 모습이다. 도이체방크의 짐 레이드 전략가는 "7월 금리인상은 거의 확정적이지만 그 이후에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앞서 Fed는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는 한편, 점도표 상향을 통해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이 가능함을 시사했었다. 올해 남은 회의는 이달 25~26일을 포함해 9월, 11월, 12월 네차례다.
일각에서는 Fed의 긴축 중단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JP모건은 6월 CPI 상승률이 3%를 기록할 경우 Fed가 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리크루터의 줄리아 폴락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PI 보고서에 대해 "Fed가 7월에 마지막 인상 이후 금리인상 행보를 일시중지하고 2024년까지 점진적으로 금리를 낮춰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도 7월 금리 인상 이후 9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오전 7월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93%가량 반영 중이다. 이후 9월 동결 전망은 80%대를 나타냈다. 전날 70%대에서 더 높아진 수치다. 9월에 추가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란 전망은 12%대에 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선물시장은 7월 인상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베팅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뉴욕증시는 CPI 공개 이후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38% 오른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각각 0.6%, 0.7%대 상승폭을 기록 중이다. 시장의 변동성을 보여주는 ‘월가의 공포지수’ 변동성지수(VIX)는 13.7선까지 떨어져 장기 평균인 20을 훨씬 밑돌고 있다.
긴축 경계감이 약해지며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보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73%선까지 떨어졌다. 국채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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