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렬의 시시각각] 3대 개혁 성공의 열쇠는 정부 개혁
올해 한국 경제가 1.4% 성장에 그칠 것이란 정부 발표(하반기 경제정책방향)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정부에 성장률을 높일 비책이 없다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극심한 침체 외에 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2%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조한지 정부는 잘 설명하지 못한다.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동원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노동·교육·연금 3대 구조개혁 본격 추진’이다. 구조 개혁이 시간이 걸리긴 해도 경제 성장의 정공법인 것은 맞다. 문제는 그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개혁은 지난 3월 주 52시간 개편안이 엉망이 된 후 개점휴업 상태다. 하반기 정책방향엔 4월부터 8월까지 여론조사를 한다고 돼 있다. 가을에 근로시간 개편안이 나와도 잘 될지 의문이다. 정부와 노동계가 합심해도 될까 말까 한데 노동계는 벌써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고, 정부는 노동계를 끌어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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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저성장 예고된 한국 경제
구조개혁이 경제 살릴 정공법
정부부터 달라져야 개혁 성공
」
3대 개혁이 난항을 겪는 것은 공공부문, 특히 정부 개혁 상황과 무관치 않다. 낡은 정부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선 개혁 과업이 힘에 부친다. 게다가 개혁도 명분 싸움이다. 정부가 자신부터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그런 솔선수범이 개혁의 공감대를 넓힌다. “자기네(정부와 공기업)는 안 하면서 우리만 개혁하라고 하냐”는 반발 심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역대 정부에서 공공부문은 개혁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진행된 4대 부문(금융·기업·공공·노동) 구조조정에서도 성과가 가장 미흡했던 게 공공부문이다. 은행과 종금사 퇴출(금융), 대우 등 대기업 해체(기업), 정리해고 도입(노동) 등을 통해 지각변동이 일어났던 다른 부문과 대조적이었다. 개방형 임용제 도입이 그나마 성과였다. 문재인 정부에선 거꾸로 갔다. 공무원만 해도 10만 명 이상 늘었다.
공공부문 개혁은 어렵다. 정부조직 개편은 법을 바꿔야 한다. 공무원과 공기업 특성상 늘어난 조직을 금세 없앨 수도, 인력을 내보낼 수도 없다.
하지만 거창한 개혁만 개혁인 것은 아니다. 꼭 해야 하고,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많다. 예컨대 전기·가스 요금 결정에서 정치권 개입을 배제하는 시스템 마련 같은 것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를 독립기구로 만들거나, 정권의 간섭을 차단하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집권 시절 전기요금 인상을 미뤘다가 한국전력 부실화를 초래한 민주당은 반대할 명분이 없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자신들처럼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선심성 카드로 쓰는 것을 목격한 이상 에너지와 정치의 분리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새마을금고 자금 이탈 사태가 일깨운 감독체계 개편도 지금이 호기다. 서민 예금 받아 대출하는 것은 다른 금융기관과 똑같은데 감독만 느슨한 게 말이 되는가. 마침 야당에서 행정안전부가 쥐고 있는 감독권을 금융위원회로 넘기는 개정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양 부처의 보신주의만 넘어서면 된다. 문제가 뭔지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게 진짜 문제다.
10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 조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서둘러야 할 숙제다. 기금 수익률이 1%포인트만 올라도 연금 고갈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는 분석(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도 있다. ‘더 내거나 덜 받아라’고 하기 전에 수익을 높일 수 있게 시스템 정비부터 해야 한다. 성과보수 체계도 이참에 확 바꿔야 한다. 그래야 민간 최고 인재를 끌어당길 수 있고, 공공부문의 관성을 깰 수 있다.
구조개혁은 늘 힘들다. 그래도 경제를 제대로 살리자면 그 길밖에 없다. 성공하려면 개혁을 이끄는 정부부터 효율적이고 혁신적인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정부 개혁부터 해야 할 이유다.
이상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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