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孰不可忍也(숙불가인야)
2023. 7. 13. 00:42
주나라 때의 예법에 의하면 천자는 궁정에서 8인×8열 즉 64명이 춤을 추게 할 수 있고, 제후는 6인×6열, 대부(大夫)는 4인×4열, 사(士)는 2인×2열의 춤을 누릴 수 있었다. 주나라의 제후국인 노나라의 권력자 계손씨는 4인×4열의 춤을 출 수 있는 대부임에도 천자의 춤인 8인×8열의 ‘팔일무(八佾舞)’를 즐겼다. 이에, 공자는 ‘계손이 이처럼 분수에 넘치는 춤을 향유했다면, 차마 못 하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孰不可忍也)’라며 계손의 분수를 벗어난 과시욕을 질타했다. 혹자는 “이런 지나침을 용인한다면 무엇을 용인 못 하겠느냐”라는 뜻의 꾸짖음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조선 후기 유학자 이항로(李恒老, 1792~1868)는 과거에 급제한 아들이 귀향할 때 입을 화려한 옷을 장만하기 위해 농사지을 소를 팔아서라도 돈을 보내달라고 하자, “알량한 네 성공이 나로 하여금 벌써 농사일을 놓게 하였으니 네가 아비를 영화롭게 한 효자로구나(汝小成之效, 已使我釋耕, 亦可謂榮親矣)!”라고 조소하는 편지를 보내 자식을 훈계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고가의 외제 승용차가 가장 많이 팔리고, 명품 소비도 세계 1위라고 한다. 과시욕의 헛바람이 간을 배 밖으로 나오게 하면 결국 죽게 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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