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의 과학 산책] 호기심, 몰입의 기원
“그게 너의 기쁨은 물론 건강과 휴식·행복까지 모두 앗아갈 것이다. 제발, 퇴폐적 타락처럼 경계하려무나.”
19세기 초 헝가리의 어떤 수학자가 열여덟 살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아버지가 간곡하게 만류하던 ‘그것’은 다름 아닌 수학 공부였다. 왜일까. 실은 아들이 매달리던 주제가, 악명 높던 ‘평행선 문제’였기 때문이다. 끝없이 뻗어 가는 직선에 관한 이 문제는, 지난 2000여년 동안 최고의 천재들을 매료시켰고, 그들을 모두 좌절시켰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비범했던 아들이 하필 이 문제에 몰두하는 것을 보고 편지를 쓴 것이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스물셋이 된 아들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가슴 벅찬 편지를 아버지에게 보냈다. “저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새롭고 신기한 우주를 만들었습니다.” 아들 야노쉬 보여이(1802~1860)가 평행선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공간의 휘어짐을 보여준 획기적인 이론이었다. 지금도 그의 업적과 명성은 ‘1441 보여이 소행성’ ‘보여이 상’ 등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그가 공부를 멈추어야 할 이유는 수없이 많았다. 아버지의 만류, 천재들의 실패, 유복하지 않은 가정 등.
그런데도 공부에 몰입하게 만든 한 가지는 무엇일까. 바로 호기심이 아닐까 한다. 역사를 바꾼 대부분의 발견은 호기심에서 기인한다. 집안 모든 서랍을 뒤집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처럼, 알고 싶다는 욕구 하나만을 향하는 마음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열은 예민한 주제이다. 하지만 정말 관심이 필요한 주제는 학구열이고, 이는 호기심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 말 안 듣던 아들 야노쉬를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가 아들을 회상하며 남긴 말이다.
“멋진 하루를 기대하며 아침을 시작했지만, 곧이어 불과 얼음의 날이 다가왔고, 어두운 하늘의 비는 끝없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김상현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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