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 대표지층,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 뽑혔다
‘인류가 그동안 지구 행성에 무슨 짓을 했는지 땅은 모두 알고 있다’는 개념의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 과학자들이 이 인류세가 가장 잘 드러난 장소를 선정했다.
CNN은 35명의 지질학자로 구성된 인류세 워킹 그룹(AWG)이 투표를 통해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를 인류세를 대표하는 지층인 ‘국제표준층서구역’으로 선정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류세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 처음 제안해 학계에 퍼졌다. 크뤼천은 인류의 과도한 산업화와 핵 개발, 광석 채굴과 온실가스 배출 등으로 지구환경이 새로운 지질시대에 들어섰다며 이를 인류세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AWG가 애초 후보지로 정한 곳은 ▶일본 규슈섬 벳푸만 해양 퇴적물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퍼드 호수 진흙층 ▶호주 플린더스 산호해 산호 ▶발트해 고틀란드 분지 해양 퇴적물 ▶남극 팔머 빙핵 얼음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빌호 퇴적층 ▶중국 지린성 쓰하이룽완 호수 진흙 ▶폴란드 수데테스산맥 늪지 토탄 ▶멕시코만 웨스트 플라워가든 뱅크 산호 9곳이다. 이중 크로퍼드 호수의 퇴적물이 인류세의 화학적 시작점을 특히 명확하게 보여줬다는 게 AWG의 설명이다.
크로퍼드 호수의 퇴적물에는 플루토늄과 같은 핵폭탄 실험의 화학적 흔적이 발견됐다. AWG 위원장 콜린 워터스 영국 레스터대 명예 교수는 “80억명의 인구가 모두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 결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새로운 지구의 상태로 진입했으며 이는 새로운 지질 시대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류세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나올 전망이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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