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점검에 한국전문가 참여…윤 대통령, 기시다에게 요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빌뉴스의 호텔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에 한국 전문가의 참여를 요구했다. 또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즉각 방류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30분간의 회담에서 오염수 방류가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언급한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적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며 “계획대로 방류의 전 과정이 이행되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우리 측과 공유하고,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토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해양 방출 안전성에 만전을 기해 일본과 한국 국민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며 “해양 방출 개시 후 IAEA의 검토를 받으며, 일본이 시행하는 모니터링 정보를 높은 투명성을 갖고 신속하게 공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성 물질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계획대로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정상은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북한은 지난 4월에 이어 또다시 ICBM을 발사했다.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도발 행위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여섯번째 만난 기시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한·일 정상은 이어 “AP4(아시아·태평양 4개 파트너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에서 이런 인식을 공유했다”며 “한·일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 수호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며, 나토와의 협력 체제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ICBM 발사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것으로 강력히 비난한다”며 “일·한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일, 한·미·일 간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특히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미국의 제안을 환영했다”고 밝혔다.
나토 정상회의 참여를 계기로 이뤄진 양 정상의 만남은 밝은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양자회담은 윤 대통령 취임 후 6번째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양 정상은 포괄적 경제 분야 협의체인 ‘한·일 고위경제협의회’를 연내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경제 분야 협력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하반기에도 기시다 총리와 다양한 계기에 만날 것을 기약한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도 “양국 간 협력과 국제사회 제반 과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양국 관계 강화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년 연속 참석한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세계 경제는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민생을 뒤로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진전시키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디지털 매체와 사이버 공간은 가짜뉴스 유포와 대중 선동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며 “이러한 위협을 만들고 조장하는 것은 전체주의와 권위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가치를 공유하는 우리가 더욱 굳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이틀 동안 일본을 포함해 모두 13개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다. 노르웨이, 리투아니아 등 8개국 정상과는 첫 회담이었다.
국민의힘은 “한·일 정상회담은 관계 회복을 양국 의지의 표현이며, (오염수 관련) 정부가 현실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성과를 이뤘다”고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은 오늘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비난했다.
빌뉴스=권호 기자, 박태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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