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군? 점령군?… 유튜브 참전한 라이브커머스 ‘긴장’

구정하 2023. 7. 1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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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된 시장 활력 되찾을지 주목
컬리의 라이브커머스 화면


라이브커머스 시장 경쟁에 유튜브가 참전했다. 압도적인 이용자 수를 보유한 유튜브의 등장은 유통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유튜브가 음악 스트리밍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막강한 영향력으로 빠르게 시장을 차지할 것인지, 침체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활기를 일으킬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달 30일부터 한국어판 쇼핑 채널 ‘유튜브 쇼핑’을 개설했다. 유튜브 쇼핑 탭에 들어가면 여러 크리에이터가 방송하는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모아볼 수 있다. 원하는 방송을 클릭하면 일반 영상 콘텐츠와 유사한 방식으로 영상이 재생되고, 방송 화면과 하단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배너를 볼 수 있다. 배너를 클릭하면 외부 플랫폼으로 연결돼 구매까지 간편하게 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시청자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콘텐츠라는 점에서 새로운 판로로 주목받았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미래 먹거리가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대면 경제가 급성장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유통업체들이 앞다퉈 라이브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하지만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흐르면서 기대보다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라이브커머스의 강점은 여전히 시장에서 유효하다. 기존 TV홈쇼핑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방송 내내 반복해서 말하면서 짧은 콘텐츠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다르다. 시청자 겸 소비자와 소통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자신의 궁금증이 방송 중 소통을 통해 즉각 해결되는 점 때문에 라이브커머스를 애용하는 소비자들이 적잖다.

라이브커머스의 소통은 언어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소비자의 궁금증에 대해 시연을 통해 해소해줄 수 있다는 게 라이브커머스 소통의 핵심이다. 예컨대 티셔츠를 입고 나온 모델이 시청자의 요청에 따라 바지 안에 옷을 집어넣거나, 치마와 함께 코디해 보여주는 식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시착해본 것만큼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이미지를 그려보는 정도로 만족해야 하던 수준에서는 진일보했다.

이 같은 강점이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청자를 모으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었다. 시청자가 많지 않으면 아무리 현장성이 뛰어나도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더 많은 시청자를 모으는 게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관건이었다.

유튜브의 등장이 라이브커머스 시장의 변곡점이 될 것인지 기대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튜브의 압도적인 이용자 수는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시청자를 유입시키는 게 어느 플랫폼보다 용이하기 때문이다. 위메프·SSG닷컴·CJ온스타일·그립 등 여러 유통사가 유튜브와 협업을 시도하면서 가능성이 확인됐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유튜브(구글)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095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유튜브 모바일 앱 총 사용 시간은 175억시간으로 국내에 출시된 전체 애플리케이션 중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는 콘텐츠에 특화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이 구매로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용자의 시청이 지속돼야 하는데, 이게 간단찮은 일이다. 일반 유통 플랫폼의 경우 시청자를 유입시켜도 이들을 방송에 잡아두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반면 유튜브는 팬덤층이 두터운 크리에이터를 무기로 비교적 수월하게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유튜브와 협업했던 유통사들도 인기 크리에이터와 함께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콘텐츠 경쟁력으로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기존 브이라이브, 잼라이브 등의 서비스를 운영했던 노하우를 활용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였다. 시청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퀴즈, 투표, 그래픽 기능을 활용하고 있다. 압도적인 수의 셀러 덕분에 다양한 방송이 가능한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 유통사들은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한 기획력으로 대항하고 있다. SSG닷컴은 자체 라이브커머스 서비스 ‘쓱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는데, 방송 한 편을 위해 평균 한 달의 준비 기간을 거친다. 상품 구성에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거나, 라이브커머스로는 쉽게 만나보기 힘든 5성급 호텔 이용권을 판매하는 식이다.

기존의 TV홈쇼핑 역시 방송을 만들었던 노하우를 활용해 라이브커머스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CJ온스타일의 ‘엣지쇼’는 두터운 30~50대 여성 팬덤을 구축하면서 라이브커머스에서 TV로 ‘역진출’하기도 했다. 이 팬덤은 ‘모서리’라는 애칭까지 갖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하는 동안 시청자들은 쇼호스트와는 물론, 다른 시청자들과 채팅창을 통해 안부를 나누기도 한다. 라이브커머스의 특성을 살린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적절한 규제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온라인 거래와 마찬가지로 라이브커머스에서 역시 허위·과장광고 등은 금지돼있지만, 동시에 많은 방송이 이뤄지는 탓에 일일이 점검하기가 어렵다.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방송보다 셀러들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방송이 많은 네이버는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방송 중 시청자가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하고 셀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사전 예방에도 힘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전 라이브커머스가 등장할 때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며 “유튜브가 새로운 플레이어로 등장한 만큼 라이브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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