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오싹… ‘천연 에어컨’ 찾아 무더위 사냥!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는 장마철이다. 장마 뒤엔 무더위가 맹위를 떨친다. 이럴 땐 말만 들어도 시원한 얼음골과 ‘천연 냉장고’ 같은 동굴로 ‘더위 사냥’을 떠나보자.
얼음골 생태길은 충북 제천시 ‘청풍호 자드락길’ 7개 코스(총길이 58㎞) 중 제3코스다. 수산면 능강리 능강교를 출발해 능강계곡을 따라 만당암과 취적대를 거치고 종점인 얼음골에서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다. 왕복 10.8㎞로 4시간 남짓 걸린다.
능강계곡의 발원지는 아름답기로 이름난 금수산(1016m)의 서북 사면 8부쯤이다. 이곳에서 청풍호로 흘러드는 능강계곡의 물길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맑게 굽이치고, 깎아 세운 것 같은 절벽과 바닥까지 비치는 맑은 담(潭), 쏟아지는 폭포수 등 보기만 해도 시원한 절경을 이룬다.
그 끝에 ‘한여름의 신비’ 얼음골이 있다. 한양지(寒陽地)라고도 부른다. 삼복염천에만 얼음이 나는 빙혈이 있다. 초복에 얼음이 가장 많다고 한다. 너덜지대 곳곳에 마련된 냉풍 체험 장소에 다가가면 찬 기운이 감싼다. 트레킹하면서 흘린 땀을 말끔히 씻어주고 팔에 소름이 돋게 할 정도로 시원하다. 넓게 조성된 나무데크 바로 앞에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옹달샘’이 있다.
경남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에는 한여름에 냉기를 더 뿜어내는 피서 명소 얼음골이 있다. 재약산(해발 1189m) 북쪽 중턱 해발 600∼750m 지점에 있는 얼음골 결빙지는 천연기념물이다. 아무리 더워도 얼음이 얼고 바위틈에서 찬 바람이 나온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해 7월 말~8월 초에 얼음이 가장 많이 언다. 얼음이 어는 바위틈은 여름 평균 기온이 0.2도, 계곡물은 4~8도다. 폭염에도 얼음골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1~2분만 지나면 발이 시리다.
얼음골 인근에는 거대한 절벽에서 흘러내린 물에 의해 두꺼운 암반이 깎여 나가 가마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가마불협곡이 있다. 암·수 가마불협곡에는 수십m를 미끄러지듯 쏟아지는 시원한 폭포수를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선 단애의 비경이 장관이다.
바로 옆 얼음골 케이블카는 ‘영남 알프스’를 힘들이지 않고 둘러볼 수 있게 해준다. 하부승강장에서 높이 1020m 상부 승강장까지 1.8㎞를 약 10분 만에 올라갈 수 있다. 상부 승강장에서 맞는 시원한 바람은 무더위를 싹 가시게 한다.
강원도 삼척시 신기면 대이리 동굴지대(천연기념물 178호)에는 동굴 55개가 있다. 모두 물과 오랜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예술품이다. 이 가운데 대금굴과 환선굴이 개방됐다. 동굴 생성 시기는 고생대(5억3000여만년 전)로 알려졌다. 대금굴은 에그프라이 석순, 곡석, 종유석, 동굴진주 등 동굴 생성물이 기기묘묘하다. 특히 지하에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많은 양의 동굴 수가 흐르고 있어 여러 개의 크고 작은 폭포와 동굴 호수가 형성돼 있다. 대금굴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사전예약해야 하고 모노레일을 타야만 입장할 수 있다. 환선굴은 폭포에 기형 휴석(옥좌대), 종유석(도깨비방망이), 동굴산호, 월유 등 성장 중인 동굴 생성물이 지천이다.
충북 충주시 목벌동에 ‘곱돌’이라 불리는 활석 등을 채취하던 ‘동양광산’ 갱도를 관광형 동굴로 바꿔 2018년 문을 연 곳이다. 동굴 내부는 어두운 느낌의 천연동굴과는 달리 밝고 환하다. 바위가 우윳빛을 띠는 데다 조명등이 설치돼 있어서다. 내부에는 채굴한 광물을 끌어올리는 거대한 기계장치인 ‘권양기’와 채굴 장면을 재현한 전시공간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다. 와인창고와 건강테라피시설도 있다. 가장 특색 있는 공간은 동굴 마지막 부분 호수에서 즐기는 카약 시설이다. 투명한 아크릴 카약을 타고 동굴 속에서 뱃놀이할 수 있다. 물속에는 ‘황금 송어’가 무리 지어 움직이며 색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전남 광양에는 경전선 폐터널을 활용한 광양와인동굴이 바깥이 35도를 웃돌며 펄펄 끓어도 17~18도를 유지해 서늘하다. 와인의 역사, 세계 와인 전시·판매장, 인터랙티브존, 오브젝트 맵핑, 미디어 파사드 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세계 다양한 와인을 맛보며 낭만을 즐길 수 있다. 은은한 와인 향기와 함께 발의 피로를 풀고, 혈액순환을 돕는 와인족욕도 인기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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