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군 1번지 대치동 ‘우쌍쌍’…은마보다 덜 유명? 사업 속도는 ‘우등생’ [재건축 임장노트] (26)
은마아파트와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를 꼽으라면 ‘우쌍쌍(대치우성1차·쌍용1차·쌍용2차)’을 꼽을 수 있다. 서울시가 한강변 아파트 층수 규제를 기존 최고 35층에서 완화하자 최근에는 쌍용1차도 49층으로 층수 상향에 나서는 등 재건축 기대감이 커졌다.
쌍용1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아파트 층수를 49층으로 높여 짓기로 결정했다. 조합은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1983년 준공된 쌍용1차는 지상 최고 15층 5개동 630가구 규모로 우리나라 학군 1번지인 대치동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고 단지 옆으로는 양재천이 지난다. 대치동 대표 재건축 단지인 은마아파트와는 대로변을 두고 동일 학군을 끼고 있어 재건축 추진 이전부터 투자자 관심이 높았던 곳이다. 일찌감치 재건축을 추진해온 덕에 2018년 지하 4층~지상 35층 9개동 1072가구로 새로 짓는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해놨다.
쌍용1차가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두고도 기존 35층에서 49층으로 정비계획을 바꾸기로 한 것은 주변 단지들이 일제히 층수 상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올 1월 9년여 만에 35층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 서울플랜)’을 발표한 이후 재건축을 진행 중인 인근 단지들은 속속 층수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대치미도’는 기존 최고 35층에서 최고 50층으로, 은마아파트는 오는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나면 내년 중 49층으로 변경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바로 옆 ‘쌍용2차’는 2017년 9월 일찍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둔 상태다. 4개동 364가구에 불과한 사업장인데도 2018년 6월 대형 건설사 간 치열한 경쟁 끝에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챙긴 바 있다. 현대건설이 내건 새 단지명은 ‘디에이치 로러스’다.
당시 쌍용2차 시공권 입찰에 참여했던 건설사들은 쌍용2차 단지 규모가 작은 데도 많지만 대치동이라는 입지를 감안하면 분양 등 높은 사업성을 챙길 수 있는 곳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인기 주거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인근 재건축 단지를 묶어 대규모 브랜드타운을 건설하는 전초전이 될 수 있어서다. 시공사 우선협상자인 현대건설은 수주전 당시 쌍용2차에 이어 쌍용1차, 대치우성1차도 수주해 ‘디에이치’ 브랜드타운을 만들겠노라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쌍용1·2차 단지 북쪽에서는 ‘대치우성1차(476가구)’가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1984년 준공된 대치우성1차는 2017년 조합설립인가 후 2021년 10월 서울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고, 지난해 9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냈다. 당시 심의를 통과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현재 최고 14층, 476가구 규모에서 최고 35층, 712가구(공공주택 86가구 포함)로 재탄생한다.
사업시행인가는 지난해 9월 받은 만큼 대치우성1차 조합 역시 2040 서울플랜을 반영해 49층 높이로 계획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치우성1차 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이라도 2040 서울플랜이 나오면 49층짜리 계획안 준비에 돌입할 것”이라며 “미리 준비해 정비계획 수정 절차를 단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성 갈등·통합 방식 이견에 ‘지지부진’
일찌감치 사업시행인가를 마친 쌍용1·2차에 이어 지난해 대치우성1차까지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내면서 세 단지는 조합원 대상 통합 재건축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통합 논의까지 구체화하는 모습이었다. 사업 단계가 비슷해진 세 단지를 합쳐 재건축하면 2500가구 넘는 하나의 대단지를 완성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통합 재건축을 하면 개별 재건축보다 가구 수가 늘면서 사업비 절감 등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 또한 대단지 아파트는 일대 시세를 이끄는 ‘대장주 아파트’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올해 들어 대치우성1차 조합에서 잡음이 생기며 상황이 급변했고 ‘우쌍쌍’ 통합은 논의 자체가 어려워진 형국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치우성1차 조합은 현재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사업시행인가를 따낸 이후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대치우성1차 조합장 A씨가 해임되면서다. 이후 대치우성1차 조합은 신임 조합장을 뽑기 위해 선거를 진행하려 했지만 기존 조합을 이끌어오던 세력과 ‘우성정상화모임(우정모)’이라는 비상대책위원회 측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대치우성1차의 두 번째 조합장으로 2020년부터 약 3년 동안 재건축 사업을 이끌어왔다. 지난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낸 후 올 6월 시공사 선정까지 마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시점을 두고 대치우성1차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 대치우성1차 조합은 시공사를 먼저 선정한 이후 쌍용2차와 통합 재건축 논의를 이어가려 했고, 한편에서는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기존 우성1차 조합 측은 쌍용2차가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마친 만큼, 우성1차도 시공사를 선정하고 전문 인력도 갖춘 뒤에 통합 재건축 논의를 진행해야 협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우정모는 “시공사를 정한 후 통합 논의를 하자는 것은 말로만 통합을 주장하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통합 논의가 되려면 쌍용2차 쪽에서 원하는 조건도 검토해보고 우리가 이득을 얻어갈 수 있는 부분도 반영해야 하는데 이전 조합장 측은 무조건 ‘이익적 통합’만을 내세운다”고 주장한다.
쌍용2차는 내부적으로 단지를 섞지 않고 재건축하는 ‘제자리 재건축’ 방식을 고수한다. 하지만 이 경우 대치우성1차는 아파트 동 위치가 더 안쪽으로 밀리게 돼 제자리 재건축에 대해 조합원 간 부정적인 시각이 적잖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대치우성1차 입장에서는 상가 통합이 골치 아픈 변수다. 대치우성1차 조합은 아파트 단지 내 일부 상가 소유주가 재건축에 반대하면서 상가를 제외한 채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2018년 상가와의 토지 분할 소송에서 승소하고도 여전히 통합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마지막으로 쌍용1차의 경우 대치우성1차, 쌍용2차 두 단지에 비해서는 통합 재건축에 소극적인 편이다. ‘우쌍쌍’ 세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지하철역과도 가장 가까워 아쉬울 게 없는 분위기다. 대치우성1차와 쌍용2차가 통합 논의를 먼저 본격화하면 쌍용1차도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점수 쌍용1차>쌍용2차>우성
쌍용1차가 소극적인 데는 이유가 있다. 입지나 사업성에서 다른 두 단지보다 우위인 데다 사업 속도가 나쁘지 않은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통합 재건축보다는 단독 재건축을 빠르게 완성하자는 조합원 목소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쌍용1·2차는 모두 양재천과 맞닿아 있고 대지지분 역시 큰 차이는 없다. 면적이 비슷한 쌍용1차 전용 96㎡(옛 30평)와 쌍용2차 전용 95㎡(옛 30평)의 대지지분은 각각 55㎡(16.63평), 54.2㎡(16.39평)다. 대치우성 전용 95㎡ 대지지분은 51.86㎡(15.73평)로 쌍용1·2차보다 조금 더 적은 정도다.
그럼에도 조건이 비슷한 이웃 단지들을 굳이 비교하자면 쌍용1차가 입지나 규모 면에서 가장 유리하다. 대치우성1차와 쌍용2차도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과 도보 거리기는 하지만 역을 단지 바로 건너편에 둔 쌍용1차가 유리하다. 단지 규모도 쌍용1차가 쌍용2차보다 훨씬 크다. 1차는 재건축을 통해 현재 630가구에서 1072가구 규모로 탈바꿈한다. 2차는 재건축 후 364가구에서 560가구로 탈바꿈한다. 대치우성1차는 476가구에서 712가구로 236가구 늘어난다. 일반분양 물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구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다만 현재 ‘최고 35층’을 기준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아둔 대치우성1차와 쌍용2차도 최근 완화·확대된 층수 규제,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추진할 가능성은 남았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경우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늘어난다.
만약 ‘우쌍쌍’ 세 단지가 각각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사업성 점수는 어떨까.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아파트 재건축 사업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우쌍쌍 재건축 사업성은 ▲쌍용1차(120점) ▲쌍용2차(116점) ▲대치우성1차(113점) 순으로 높다. 재건축 사업성 점수가 100보다 높다는 것은 재건축으로 기존 주택과 같은 평형을 신청할 경우 이익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100보다 낮다는 것은 추가 분담금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즉, 우쌍쌍은 단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은 셈이다.
다윈중개 시뮬레이션 결과 쌍용1차 전용 96㎡(옛 30평) 소유주가 재건축 후 전용 84㎡(32평)를 분양받는다면 3억8000만원가량의 재건축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소유주가 평형을 늘려 전용 110㎡(43평)를 분양받는다면 2억5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예상된다.
같은 방법으로 쌍용2차 전용 95㎡(옛 30평) 소유주가 재건축 후 전용 84㎡(32평)를 분양받으면 2억9000만원가량의 이익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소유주가 평형을 늘려 전용 110㎡(43평)를 분양받는다면 쌍용1차와 같은 3억3000만원의 추가 분담금이 예상된다.
대치우성1차에서는 최근 전용 95㎡ 실거래 사례가 없어 30평대 주택 사업성 판단이 어렵다. 대신 전용 125㎡(옛 40평) 소유주가 비슷한 크기인 전용 110㎡를 분양받을 경우 2억7000만원가량이 이익으로 남을 전망이다. 만약 평형을 줄여 전용 84㎡를 배정받는다면 9억원의 이익이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위 3개 단지 사업성 분석은 재건축 후 용적률은 임대주택을 포함해 270%로 적용받고, 3.3㎡당 일반분양가를 각각 5759만원, 5709만원, 5709만원에 책정한다고 가정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번엔 물난리’...GS건설 강남 ‘개포자이’ 폭우에 침수 피해 - 매일경제
- ‘KB 청년도약 금융상품 패키지’ 뭐길래...“청년 자립 지원합니다” - 매일경제
- 센서뷰·와이랩 일반청약도 흥행 성공...이달 19·20일 코스닥 상장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尹 대통령 지원 발언에...우크라 재건 관련주 ‘들썩’ [오늘, 이 종목] - 매일경제
- ‘페이커’ 내세운 삼성 OLED 게이밍 모니터 글로벌 3천대 돌파 - 매일경제
- 美 장갑차 프로젝트 하차한 한화...호주 ‘레드백’으로 만회할까 - 매일경제
- 블랙핑크 리사와 재계약 어렵다고?...YG엔터, 불발 우려 속 5% 하락 마감 [오늘, 이 종목] - 매일경
- 조선미녀? 생소한데 美서 대박...매출 2000억 노리는 K뷰티 등극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투자 혹한기에 140억원 유치한 공부선배 비결은? [내일은 유니콘] - 매일경제
- 일자리 미스매치 얼마나 심각하길래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