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등’ 오형제 위로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별무리
충남 태안군은 서산시와 맞닿은 동쪽 일부를 제외하면 삼면을 바다와 접하고 있는 반도(半島)다. 해안선 559.3㎞를 따라 해수욕장이 28개 있다. 이달 초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했다. 이름이 알려져 북적이는 해수욕장도 있지만 덜 알려져 한적한 곳도 적지 않다. 더욱이 독특한 볼거리·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이색 해수욕장도 많다.
태안반도의 서쪽에 있는 해변은 대부분 일몰 명소다. 해넘이는 기본이고 은하수도 즐길 수 있는 곳은 남면 몽산포다. 이곳에서 주연 은하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 안목도다. 안목도는 몽산포항 건너편에 보이는 무인도다. 오형제섬으로 불리는 다섯 개 섬이 이어지며 공룡의 등을 연상시킨다. 바위섬의 소나무 숲과 아름다운 낙조가 함께 황홀한 해넘이를 장식한다. 해가 숨어들고 어둠이 깔리면 반짝반짝 은하수가 밤하늘을 수놓는다. 오형제섬 가운데 수직으로 선 별무리가 거대한 빗줄기처럼 쏟아져 내린다.
몽산포항 남쪽은 몽산포해수욕장이다. 국립공원 내 갯벌 중 처음으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사람출입을 막는 ‘갯벌 생태 휴식’에 들어간 뒤 최근 다시 개장했다. 넓은 해변과 울창한 솔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태안 8경으로 꼽힌다. 백사장 길이는 3.5㎞로 끝이 안보일 정도로 길다. 모래갯벌로 이뤄져 다양한 갯벌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어린이들에게 추억을 심어주기에도 그만이다.
청포대해수욕장과 연결돼 백사장이 길고 해수욕장 모래사장이 단단해 인근 대학교 항공 관련 학과의 실습기 연습과 글라이더 동호인들 이착륙 연습뿐 아니라 자동차 경주장으로도 활용되는 오토 스포츠의 요람으로 유명하다. 썰물 때면 3㎞ 폭으로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경사가 완만한 것도 특징이다.
몽산포 인근에 SNS 인생샷 명소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팜카밀레가 있다. 동화 같은 풍경과 아기자기한 허브 정원이 주인공이다.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어린왕자 정원, 케이크를 잘라놓은 모양 같은 케이크 가든, 로즈 가든, 라벤더 가든, 키친 가든 등 다양한 테마로 꾸민 허브 정원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케이크 가든에 자리한 벽돌 건물이 이국적이다.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에 나온 카페 외관을 촬영한 곳이다. 현재 펜션으로 사용 중이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분수와 벤치 등 사진 찍기 좋은 쉼터가 숨어 있다.
몽산포 서북쪽 근흥면에 연포해수욕장이 있다.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함께 볼 수 있고 울창한 해송 숲과 기암괴석 등으로 인해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 장소다. 앞 바다에는 솔섬과 거아도, 삼섬, 토끼섬 등이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다.
활처럼 휘어진 이곳 해변에서 지난 8일 ‘제19회 모래조각 페스티벌’이 열렸다. 2015년 이후 신두리해수욕장에서 열리다가 올해 무대를 이곳으로 옮겼다. 전문 작가와 아마추어 작가의 모래조각 작품이 해변을 수놓았다.
북쪽으로 향하면 소원면 만리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1㎞가 넘는 이곳은 여름철 피서객도 많지만 서퍼들로 가득하다. 이국적인 풍경과 넓은 해변으로 ‘만리포니아’라는 별칭을 얻었다. 파도와 수온 등 서핑 조건에 부합하는 해수욕장 중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입지가 좋다. 또한 바닥이 완만하고 파도가 적당해 서핑 초보자에서부터 고급 수준의 서퍼들까지 서핑을 즐기기에 ‘태안맞춤’이다. 특히 가을이면 파도가 높아지고 수온도 적당해져 피서철을 피해 마음껏 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노을 지는 풍경을 보면서 서핑을 즐기는 ‘선셋 서핑’은 매력 만점이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올 여름 ‘천리포해수욕장’을 찾아볼 일이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2023 반려동물 친화관광 도시 공모’에 선정된 태안군이 서해안 최초 반려동물 동반 해수욕장으로 운영한다. 바로 옆 국내 최초 사립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은 파도소리를 들으며 자연을 즐기기에 좋다. 1970년부터 수목원으로 조성된 바닷가 언덕엔 1만6000여 종에 달하는 국내외 다양한 품종의 꽃과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노을길’은 바다와 수목원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환상적인 일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몽산리 해변 바위 ‘안목도 은하수’
‘반려동물 친화’ 청산수목원
충남 태안 안목도 은하수를 찍으려면 '남면 몽산리 656-15'로 찾아가면 된다. 주차 공간이 거의 없다. 이곳에서 바다로 내려가 오른쪽으로 해안을 따라가다 보면 깊게 파인 바위틈이 있다. 이곳이 포인트다. 은하수 촬영에는 맑은 날 달빛이 없어야 좋다. 몽산포의 경우 물때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팜카밀레는 연중무휴다. 시기별로 운영시간과 이용요금이 다르다. 특히 오는 31일까지 수국특별시즌으로 가장 비싼 요금이 적용된다. 인근에 청산수목원도 있다. 5㎞ 미만 반려견과 함께 수목원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반려동물 친화' 수목원이다.
태안은 사시사철 먹거리가 풍부하다. 여름에는 박속밀국낙지탕이 별미다. 여름철 절정의 맛을 자랑하는 우럭과 농어도 빼놓을 수 없다. 연포해수욕장 인근 안흥항은 태안반도 최대의 항구로 활어횟집이 즐비하다. 태안의 해변에는 펜션과 함께 캠핑장 등이 즐비하다.
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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