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전 70주년, 유엔사 역할 강화 새로운 기회로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70년 역사를 상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선 미래 70년을 준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나토(NATO)를 중심으로 유럽지역은 사실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된 집단안보체제에 대한 전략적 변화를 공언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 같은 유럽내 불확실성 가중과 겹친 변화의 조짐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나토는 오랫동안 아시아 지역과의 전략적 연대를 확대시키고 있었고, 최근 일본 도쿄에 인도-태평양 지역 최초로 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것을 발표했다. 나토는 지난해 6월 12년만에 작성된 전략문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각각 “체제에 대한 도전(systemic challenge)” 세력으로 규정했다. 이후, 중국 역시 나토를 글로벌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70년 동안 한반도 정전체제를 성공적으로 관리하는데 있어 북한의 점증하는 군사적 위협에 억지력을 발휘하는 두 개의 핵심축은 ‘한미연합사령부(이하, 한미연합사)’와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의 존재이다. 지난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집착해 독일 등이 유엔사 회원국 참여 의사를 밝혔을때 이를 거부한 것은 대북 억지력 제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결정이었다. 현재 나토 31개 회원국 중 한국전쟁에 참전한 회원국은 13개국 이다. 그리고, 1949년 나토가 창설 당시 참여한 12개 회원국 중에서는 10개국이 참전하였다. 이처럼 유엔사와 나토 회원국과의 전략적 연대는 한국전쟁에서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부에서 나토와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사와 나토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모색할 소중한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비군사적 억지력 강화를 위해선 한미연합사 보다 유엔사의 역할 활성화와 강화가 더욱 효과적이다. 여기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유엔사가 세계 최대 규모의 군사동맹체인 나토와의 군사전략적 협력을 모색하게 되면 북한이 과거 경험하지 못한 가장 강력한 억지 수단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군의 군사력 증강과 함께 ‘힘에 의한 평화’라는 대북 패러다임을 지탱하는 새로운 버팀목이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한국과 나토간 11개 분야에 걸쳐 ‘국가별 적합 파트너십 프로그램(ITPP)’을 체결하였고, 사실상 ‘준 나토 회원국 수준’으로 격상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유엔사와 나토의 협력 관계 모색을 위한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나토가 인도-태평양 지역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시키는 움직임에 중국과 러시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북한 역시도 이러한 반발에 무임승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반발이 한중관계 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될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과거 어느때 보다도 고도화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북한의 전략적 사고방식을 뒤흔들 예측치 못한 변수가 필요하다. 북한 위협 해소를 위해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차원의 전략적 패턴의 혁신적 변화 없이는 북한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 위협 억지와 제거를 위해 글로벌 차원의 패러다임 변화 없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는 지속될 것이 너무나도 명확하다.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대북 정책의 변화로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일삼고 있다.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선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 전략적 인내를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선 전략적 유연성 발휘가 요구된다. ‘원칙 있는 남북관계’ 정립을 위해선 끊임없는 전략적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유엔사와 나토의 전략적 연대 모색은 우리가 새로운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시키는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새로운 토양을 제공할 것이다. 정전협정 70주년은 과거에 대한 상기 뿐만 아니라 새로운 70년을 준비하는 계기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박진호 국민의힘 당 대표 특별 보좌역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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