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혼절…'세 모녀 전세사기' 모친, 1심 징역 10년 선고에 쓰러져

법원 "보증금 반환 의사 및 능력 없이 피해자 속여 이익 편취…피고인이 필수 역할 담당"
"사회초년생 삶 뿌리채 흔든 중대 범행…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 안 해"
"피해 회복 노력도 안 해…대위 변제 받은 피해자 퇴거 하자 단기 월세 임차인 들이기도"

수도권 일대에서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전세 사기를 벌인 '세 모녀 전세 사기단' 주범 김모(58) 씨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선고 직후 김 씨는 자리에서 쓰러져 응급조치를 받았다.

12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다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이날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58) 씨에게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임대차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며 "피고인은 이 구조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전세 사기는 서민층과 사회초년생 등 피해자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그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범행이라 죄질이 좋지 않다"며 "기망행위가 없었다거나 피해 금액을 산정할 수 없다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회복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일부 피해자가 보증금 대위변제를 받아 퇴거하자 그 빌라에 단기 월세 임차인을 들이는 등 경제적 이익 추구만 몰두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다만 일부 피해자가 경매에서 피해 금액 일부를 반환받은 점, 초범인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석에 있던 김 씨는 재판부 선고 직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김 씨가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법정 경위가 응급조치했으며,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하고 방청객을 모두 법정 밖으로 내보내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자측 변호사는 "전문적인 갭투자 사기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일벌백계의 취지에서 판시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피해자 재산 회복에 대한 입법권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2017년부터 30대 두 딸 명의로 서울 강서구·관악구 등 수도권 일대 빌라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85명의 세입자로부터 받은 180억원이 넘는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공모해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숨기고 우선분양 서류를 작성해 임차인을 모집한 후 분양대금보다 많은 전세보증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차액을 범행 가담 리베이트 명목으로 분배했는데 건당 최대 5100만원 등 총 11억8500여만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두 딸이 보유한 주택은 2017년 임대사업자 등록 당시 12채에 불과했으나 2019년 기준 524채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