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혁신위의 공천 기준…“앞뒤 다르면 X, 尹과 대결하면 O”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2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의 공천 기준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개별 혁신위원들의 불출마 선언 여부를 묻는 말에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서 “시민 원로분들이 총선에서 이기는 후보를 정하는 기준을 주셨다”면서 공천 기준을 언급했다. 그는 문서 하나를 들어보이더니 ▶앞뒤 다른 사람을 절대 공천하지 말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결하는 인물을 공천하라 ▶고인 물을 걷어내고 기득권을 없애라 ▶다선(多選)보다는 젊은 남녀 신인이 많아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고 활동하는 학자가 필요하다는 등 거기에 적힌 공천 기준을 읊었다.
이 문서는 김 위원장이 앞서 이날 오찬을 겸해 시민사회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달받은 자료다. 오찬에는 함세웅 신부, 이부영 전 의원, 박석무 우석대 석좌교수, 임헌영 서울디지털대 교수,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오찬을 시작하기 전 김 위원장이 “혁신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원로들은 “비공개 자리에서 하겠다”(이부영), “이따가 서면으로 드리면 그걸로 발표하라”(함세웅)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기자회견서 “(원로들이) 외부 공개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저희들이 상당히 공감대가 있다”며 공천 기준을 언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혁신위원들의 총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의가 여러 차례 나왔다. 그간 당 일각에서 혁신위원들이 이른바 ‘물갈이 공천룰’을 결정한 뒤, 직접 총선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온 까닭이다. 김 위원장은 “교수로 살다가 이 일을 제안 받았을 땐 그런 점에 대한 생각 없이 들어왔다”며 “각자가 논의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혁신위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할 생각이 없냐는 추가 질의에도 김 위원장은 “그런 논의를 전혀 한 적이 없어서 그런 취지로 가지 않겠냐”며 “혁신위 활동에만 전념하겠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사심(私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저는 제 직업이 소중하고 혁신위 일정이 끝나도 본업에 충실할 거라서 업종 전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도 “질문을 주셨으니 (혁신위원들끼리)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당 소속 의원 전원이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서약서를 제출하라”는 1호 혁신안을 당에 제시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겠다”(권칠승 수석대변인)고 답하며 서약서 제출을 미뤘다. 지난 6일 혁신위가 “민주당은 지금의 검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대국민 설득에 완전히 실패했다”(윤형중 혁신위원)며 거듭 혁신안 수용을 요청했지만, 당은 이날까지도 “적절한 방안을 강구 중”(박성준 대변인)이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놓은 것을 안 받으면 민주당이 망한다”며 “망한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을 텐데 마지막 힘겨루기하는 것”이라고 당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현재 민주당에 어떤 현상이 일어났는지 논거를 (의원들에게) 바로 보여드릴 것”이라며 “근거에 의해 마련한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더이상 기사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는 오는 21일 2호 혁신안으로 이른바 ‘꼼수 탈당 방지책’ 등 윤리정당 강화 방안을 발표한다. 이를 위해 오는 14일 청년들을 만나 민심을 청취하고, 17일부터는 제주도를 시작으로 각 지역 목소리를 듣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서복경 위원은 “혁신위의 입장은 민주당의 의원, 당직자, 200만명 넘는 당원들의 시각 교정을 하는 것”이라며 “당심과 민심이 일시적으로 괴리되기도 하고 만나기도 하는데, 괴리되면 선거에서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사태를 바라보고 당을 정비하도록 민주당을 변화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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