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한 대화로 마음 문 연다… 보호청소년에 희망·복음 전파

박성희 2023. 7. 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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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루츠’ 대표 장대근 변호사
2019년 연말 ‘세진회’ 음악회에서 사회를 맡은 장대근 변호사.


“내가 하나님 앞에 설 때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100세 시대 전반전을 마무리하며 장대근(51·새로운교회) 변호사(법무법인 루츠 대표)는 물음의 답을 구하기 시작했다. 변호사가 돼 로펌 대표가 되기까지 삶의 이력서를 빼곡히 채웠지만, 하나님 앞에서 무슨 자랑이 될까 싶었다. 그래도 ‘교회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정시설 사역단체인 세진회를 통해 보호청소년들 곁에 있어 준 것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인생 후반전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로 채워가기로 결심한 장 변호사를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 변호사는 어린 시절 형편이 좋지 않아 동네의 작은 교회에서 살다시피 했다. 어머니는 고단한 삶 속에서도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철야기도도 빠지지 않을 만큼 믿음이 좋았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장 대표도 초등학생 때부터 믿음을 키웠다.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고3 여름방학을 앞두고 성적을 살펴보니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다. 얼마 후 간절한 마음으로 교회학교 어린 학생들의 여름성경학교 보조교사로 참여했다. 장 변호사는 “우리나라와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여름성경학교 강사의 도전 이야기에 ‘사람들이 나로 인해 평안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변호사라는 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당시 이과였던 장 변호사는 1년 재수 후 경희대학교 법과대학에 합격했다. 대학교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BF)에서 훈련도 받았다. 하루에 성경 묵상을 2~3시간씩 하다 보니 3학년 1학기 때 성적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이 1등이고 상위권이었다. 장 변호사는 공부 시간과 성적이 비례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UBF 훈련을 그만둬야겠다 싶었다.

그때 성경 ‘가나 혼인잔치’ 말씀 “예수께서 이르시되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하신즉 아구까지 채우니”(요 2:7)가 마음에 다가왔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아구까지 채우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결심하고, 고시 공부와 UBF 훈련을 병행했다. 그 결과 4학년 1학기 때 1등을 차지했고, 후에 사법시험도 100명의 동기 중 가장 먼저 합격(제43회 사시)했다.

장 변호사는 “1~2년 믿음의 터파기 공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님을 신뢰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자신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기독교 학생들에게 “주일예배를 지키고 봉사하다 보면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과 관계가 잘 갖춰진다면 성적이 쭉 올라가는 인생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꿈을 이뤄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변호사가 된 후에는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며 치열하게 일을 배웠다. 2년 차에 배당 건수를 세어보니 민사 106건, 형사 16건이었다. 동료보다 평균 3~5배 많은 숫자였다. 담당하던 사건을 안고 3년 차에 서초동에 개업했다.

당시 사기 사건에 연루돼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된 후 복역을 마친 중년 여성이 10년 동안 서초동 일대에서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장 변호사가 그 일을 맡게 됐다. 이야기를 곰곰이 들어보니 그의 이야기가 맞는 것 같았다. 그렇게 13년 전 증인을 부르고 기록을 찾아낸 끝에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억울해서 죽지도 못한다”고 말하던 피고인이 무죄를 받고 환하게 웃던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다.

장 변호사는 분당우리교회에서 고등부 학생들의 교사로 오랜 기간 봉사했다. 이때 세상과 단절하며 살던 학생,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한 학생 등을 상담해주며 학생들의 삶을 회복시켰다. 2016년에는 교회 고등부 담당 목사와 함께 의왕시 소년원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보호청소년 상담을 시작했고, 이듬해 사단법인 세진회 막내 이사로 합류했다.

통상 소년범은 1호부터 10호로 나눠진다. 법원이 1~5호 처분을 하면 집으로 돌려보내지고, 8~10호 처분을 하면 소년원시설로 이송된다. 이때 1~5호 처분받은 학생 중 가족이 없거나 가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청소년회복지원시설에 머물게 된다.

장대근 변호사(왼쪽 두번째)는 매주 수요일 ‘좋은어른네트워크’를 통해 보호청소년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장 변호사는 매주 수요일마다 세진회 소속 목회자와 직업인 10명과 함께 ‘좋은어른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시설을 방문해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장 변호사는 “학폭 도벽 가출 등의 문제로 시설에 머무는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좋은 어른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좋은 어른들이 꾸준히 방문해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복음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장 변호사가 어린 시절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장 변호사는 이야기 끝에 “내가 이렇게 변호사가 될지 몰랐던 것처럼 너도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덧붙이고 있다.

지난달 장 변호사는 코피노를 돕는 선교단체 ‘메신저인터내셔널’(김춘호 대표) 이사가 됐다. 장 변호사는 “성경 말씀을 보며 하나님의 마음은 고아와 과부에 가까이 있음을 깨달았는데, 코피노 사역은 고아와 과부 모두를 도울 수 있어 흔쾌히 함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펌 루츠(Roots)는 장 변호사가 지은 이름이다. 성경 말씀 ‘시냇가에 심은 나무’를 바탕으로 ‘고객의 뿌리가 돼 의뢰인의 삶을 견고하게 하겠다’는 의미를 더했다. 현재 소속 변호사 8명 모두 기독교인이며, 변호사와 직원들이 함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이제는 법률적인 지식은 챗GPT에 다 나온다”며 “좋은 변호사는 지식이 많은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 입장에서 최선의 해결책이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살피는 변호사”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런 면에서 기독교인으로서 오랜 훈련과 봉사 경험은 큰 내공”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장 변호사는 고객의 유익을 위해 일하고, 기독교인으로서 값없이 사랑을 전한 예수님처럼 봉사에 힘쓸 계획이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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