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김정은 '잃을 것 없다' 판단하면 핵 억지력 무용지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12일 “북한은 핵 사용의 손익구조가 역전될 수 있는 유일한 핵무장 집단”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핵 사용으로 잃을 것이 없어지거나 오히려 생존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순간부터 억지력 작동은 정지한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이날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제5회 한반도미래포럼 공개토론회에서 “역설적으로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은 북한 체제가 안정을 누리는 동안에만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핵 공격으로 잃는 것이 얻는 것보다 많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김정은 역시 핵 무기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억지력이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북한 내부의 변고를 비롯해 김정은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 올 경우 오히려 정권을 연장하거나 종말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핵 사용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천 이사장은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대북 억지력이 부족해서 억지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억지력을 강화해도 북한 체제 내부의 사정으로 실패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라며 “‘억지 만능주의’에 함몰된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천 이사장은 한국의 북핵 대응 전략도 북핵에 대한 ‘억지’보다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거부’에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억지에만 초점을 맞춘 전략보다는 만에 하나 김정은의 핵 공격이 내려졌을 때 미사일 발사 단계부터 이를 철저히 제거하고, 선제 타격에서 놓친 미사일을 모두 요격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북한과 같이 국가 파탄을 감수하고 핵개발을 강행하더라도 저급 플루토늄탄은 18개월, 고농축 우라늄탄은 55개월이 소요된다”며 “세간에 회자되는 ‘1년 이내 단기 개발’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도 “핵 균형 상황에서 서로 핵 도발을 할 수 없다는 ‘핵의 안정적 관계’가 형성될지 모르나 이를 믿고 오히려 서로 재래식 도발을 마음껏 감행”하는 ‘안정-불안정 모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영우 이사장 역시 “북한은 핵을 선제 사용할 수 있겠지만, 문명국가가 핵을 선제 사용할 수는 없다”며 “(독자 핵무장은) 응징 보복용으로만 쓸 수 있는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다만 “불확실한 한ㆍ미동맹의 미래에 대비해 농축 능력은 확보해야 한다”며 이른바 ‘핵 잠재력’의 확보는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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