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학대범으로 몰린 엄마... 한 가족이 무너진 사연
[김형욱 기자]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야를 부탁합니다> 포스터. |
ⓒ 넷플릭스 |
※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21년 미국 플로리다 베니스에 살고 있는 은퇴한 소방관 잭 코월스키, 그에게 지난 몇 년은 끔찍하고 황당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의 가족에게 들이닥친 일을 말하기에 앞서, 부인 비아타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본다. 비아타는 16살 때 공산체제의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혼자의 힘으로 대학을 졸업해 간호사가 되었다. 둘은 첫 만남에서 통해 결혼했다.
그들은 힘들게 첫째 마야를 낳았고 2년 후에 카일을 낳았다. 행복하기 이를 데 없는 시절이었다고 잭은 회상한다. 그렇게 2015년 초봄까지만 해도 행복했지만, 마야가 아프기 시작했다. 호흡기 감염증으로 시작해 온몸이 아팠고 피부가 타는 듯했고 걸을 수도 없었으며 상태가 더 심해졌다. 부부는 마야와 함께 병원들을 헤매며 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만나는 의사들 모두가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앤서니 커크패트릭 박사를 알게 되었다. 그는 'CRPS(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전문가였고 마야의 증상으로 보자마자 CRPS라는 걸 알아차렸고 바로 치료에 들어갔다. 유일한 방법은 '케타민'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급증한 마약 문제의 한가운데에 있는 바로 그 케타민 말이다. 이 마취제는 통증 관리에 탁월했다. 마야는 케타민 코마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었다.
하지만 1년 여가 흐른 뒤 마야의 병이 재발하고 만다.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한 그날, 잭은 집 근처 병원 응급실로 마야를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곳은 존스홉킨스 아동 병원, 하지만 미국 최고의 병원 의사들 누구도 CRPS를 알지 못했다. 하여 비아타가 의사들에게 말하길 마야에게 케타민을 투여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그래 왔다고 한다. 그에 병원 측에선 비아타가 공격적으로 통제하려 한다고 오히려 몰아세운다. 이내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의료적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아동 보호 시스템이 낳은 괴물에 무너진 가족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야를 부탁합니다>는 미국의 아동 보호 시스템이 낳은 괴물에 의해 무고한 한 가족이 처참하게 무너진 이야기를 담았다. 이 가족에게 잘못이 있다면 첫째 아이 마야가 웬만한 의사는 병명도 모르는 희귀 질환 CRPS를 앓았다는 것, 그리고 마야의 엄마가 독단적인 태도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래서 존스홉킨스 병원에 좋지 않게 찍혔다는 것.
결국 비아타는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당한다. 그런 한편 마야는 재판 끝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동보호국이 맡게 된다. 잭과 비아타로선 황당하기 이를 데 없고 믿을 수 없는 판단이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문제는 마야였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하루하루 죽어가는 질환이었고 존스홉킨스 병원에선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와중에 비아타는 형사 처벌에 처할 위기에 몰린다. 마야를 데리고 오는 건 요원할 일이 되었고, 잭은 선택해야 했다. 말 그대로 마야인지 비아타인지, 비아타인지 마야인지. 그로선 마야를 데려오되 비아타와 영영 보지 못할 거라는 처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비아타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 그것만이 마야를 집으로 돌아오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개인적으로 아무런 잘못도 없이 아이를 보지 못하면서 범죄자 취급을 받는 걸 견딜 수 없었다.
비아타의 자살 소식을 듣고 존스홉킨스 의사들이 나눈 대화가 역겹기 이를 데 없다. 그들은 비아타가 자살할 줄 알았고, 전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며, 자신들이 마야에게 행한 건 지극히 올바른 일이었다고 집단 자기합리화를 한다. 인류애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아동보호 시스템, 시스템 자체는 그럴 수 있겠으나 결국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 그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선한 의도의 시스템이 충분히 악마화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자신이 선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영화 <마야를 부탁합니다> 스틸컷 |
ⓒ 넷플릭스 |
비아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바란 마야의 컴백홈은 이뤄졌다. 2017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케타민 복용 금지 명령에 따라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심각한 통증을 안고 있으며,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태다. 그러던 2019년 초 <새러소타 헤럴드 트리뷴>에 마야 가족의 이야기가 실렸는데, 그들의 이야기는 곧 거대한 사건으로 번져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미국 전역에 적지 않은 수의 가족이 부모의 아동 학대 혐의로 무너졌다. 부모와 아이가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건 물론이고 부모가 감옥에 가기도 했으며 집과 일을 잃고 변호사 비용 등으로 큰돈을 써 파산하기까지 했다. 마야 가족의 경우 가장 극단적으로 부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일 것이다. 나중에 혐의를 벗어도 부모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한 번 무너진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가 너무 힘들다.
존스홉킨스 측은 어린이를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조금의 학대 의심 징후라도 보이면 즉시 아동보호국에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그렇게 잘 짜여 시행되는 시스템이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사람이 개입해 전적으로 판단한다. 최대한 객관적이고자 하겠지만 고유의 관점, 시각, 의견이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완벽해 보이는 시스템의 맹점이다.
마야 가족은 존스홉킨스 아동 병원을 고소했다. 변호사를 선임해 비아타의 무고함을 풀고 억울함을 달래며 가족의 앞날을 기리고자 말이다. 하지만 재판이 몇 년째 계속 연기되고 있다. 재판이 시작되면 존스홉킨스에 불리할 게 확실해 수를 써서 연기시키고 있다고 예측된다. 결국 올해 2023년 9월에 재판이 잡혔다. 마야 가족은 아동 학대 혐의로 무너진 가족들을 대표해 재판에서 이길 수 있을까? 관심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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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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