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안 받고,수술 멈추고…보건의료노조 파업 D-1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노조원이 많은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지난 11일부터 일부 환자를 퇴원시키고 신규 입원을 줄이는 등의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13~14일 총파업을 예고했으며 파업이 예고된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 공공병원 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 지부 26개 등이다. 노조 측은 필수 의료 인력을 제외한 파업 참여 인원을 4만5000명으로 예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12일 오후 6시 이대서울병원 등 파업에 참여하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총파업 전야제를 동시에 열고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이대서울병원에서 열린 전야제 개회사를 통해 “2004년 주5일제 쟁취를 위한 산별 총파업 이후 19년 만에 실질적인 산별 총파업 투쟁이 내일부터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쟁은 고질적인 인력문제를 해결해 국민의 간병비 부담을 덜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원 약 1700명 중 1000여 명이 조합원인 국립중앙의료원 지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노조에서 2주 전부터 사용자 측에 얘기해 병원에서 입원 환자를 줄이고 있다”며 “코로나19 때 의료 취약 계층 환자들을 전원시키면서 논란이 많이 됐기 때문에 최대한 전원과 퇴원 조치를 피하고 신규 입원을 받지 않는 쪽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료원 측은 “입원을 줄이라는 등의 지시는 내려오지 않았고 차질 없이 진료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은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빠른 예약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13~14일 잡힌 수술 일정을 모두 취소한 국립암센터는 노조와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12일 “오늘 오후 6시부터 출정식인데 아직 분위기가 잠잠하다. 집행부 정도만 나가는 분위기라 협상 방향에 따라 파업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는 파업하더라도 필수 의료 인력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병원 측은 진료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난 11일 “필수 의료 인력이 수술하더라도 환자가 입원할 병실에 간호 인력이 부족하면 수술을 할 수 없다. 11일부터 사실상 수술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은 17개 사업장에서 8000여명 의료진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산 부산대는 지난 10~12일 입원 환자를 줄이는 조치를 하고 있다. 중증 환자나 산모ㆍ유아 등을 제외한 환자들을 부산ㆍ경남권 협력 병원으로 보내거나 퇴원시키고 있다. 부산대병원에서는 입원 환자 1500여 명이 협력 업체로 옮기거나 퇴원해 달라는 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 등이 속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긴박한 필수 의료 현장에서 보건 의료 종사자들이 대거 이탈하게 된다면 환자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 심히 염려된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파업에 참여하는 18개 상급종합병원장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박 차관은 “정부가 의료 현장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파업에 대비해 보건 의료 재난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11일부터 ‘시·도별 비상진료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노조의 주요 요구 사항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전면 확대,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수 1:5, 불법 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이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국민 입장에선 지금 던지는 이슈들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할 수 있을진 몰라도, 반드시 파업으로 연결돼야 할 정도인지에 대해선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파업의) 당위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송금희 노조 사무처장은 “(현재 1대 16.5 수준인)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1대 5로 만들자는 건 분명한 근로조건에 대한 요구”라며 “사용자를 상대로 투쟁하는 게 맞지만, 사용자가 제도가 없다고만 하니 정부에 제도를 만들라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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