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박카드 다 써 가는데, 거세진 압박…돌고돌아 ICBM 도발
북한이 12일 오전 평양에서 동해를 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발사했다. 지난 4월 31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화성-18형’ 발사 이후 90일만에 재개된 ICBM 도발이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나서 벌인 대미 위협에 이은 실제 행동의 성격이 짙다.
김여정은 지난 10~11일 담화에서 미군 정찰기가 자신들의 영공 또는 배타적경제수역(EEZ)를 침범했다며 “반복되는 무단 침범 시에는 미군이 매우 위태로운 비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군기에 대한 직접 격추를 시도하겠다는 위협이었다.
그런데 이날 도발은 김여정이 벌인 위협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 미군기 격추를 위해선 전투기 훈련이나 지대공 미사일 발사가 필요한데, ICBM은 미국 본토 타격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핵무기 운용의 전제가 되는 전략위성 발사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대미ㆍ대남 압박 카드가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나온 자구책이자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전략적 역량을 과시하기 위해 준비했던 군사위성 발사에 실패한 뒤 특별한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워싱턴 선언의 조치들이 구체화돼 한ㆍ미 핵협의그룹(NCG)이 가동을 앞두고 있고 한반도에 미군의 전략 자산이 전개되는 등 상황이 불리해지자 미군의 정찰을 빌미로 관심을 끈 뒤 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0여발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올해 들어서도 벌써 4차례 ICBM을 발사하며 지속적으로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북한이 노린 '마지막 카드'는 지난 5월 31일 핵무기 운용을 위해 필요한 군사위성 발사였다. 그러나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해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추진됐던 위성발사는 실패로 끝났다. 특히 군 당국이 해상에 추락한 북한의 위성발사체를 인양하면서 북한이 그동안 자랑해왔던 기술수준이 ‘허풍’에 불과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북한 김정은은 핵무기를 ‘보검’에 비유해왔다. 한ㆍ미를 향한 ‘핵도발’을 지속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경우 한반도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북한 체제를 보장 받을 수 있는 수단이 될 거라고 믿었다는 의미다.
이를 노린 북한은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의 경제 상황 속에서도 핵실험을 지속했고, ICBM 고도화 등 끝임 없는 도발을 이어왔다. 실제로 한 때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엔 북한의 기대와는 반대로 도발이 지속될수록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도가 높아지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김정은은 핵을 통해 체제 유지를 보장받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핵 때문에 고립을 자초하는 ‘핵의 늪’에 빠진 상황이 됐다”며 “북한이 미국을 향해 말폭탄을 쏟아내더라도 실제 무력 도발은 전면전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에 사실상 대미 협상 또는 위협 카드는 이미 대부분 소진됐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강화된 한ㆍ미 동맹의 결과로 원점 타격을 감수해야 할 연평도 포격과 유사한 대남 군사 작전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면서도 “다만 미국에 대한 무력 행사 대신 북한의 소행임을 명확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대남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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