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 아파트' 창피하다... 우리도 미국처럼 적정임금제 도입하자"
[김성욱 기자]
▲ GS건설이 시공하던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철근 누락으로 붕괴돼 ‘순살 아파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적정임금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설산업 관련 토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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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이 시공하던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철근 누락으로 붕괴돼 '순살 아파트' 논란이 이는 가운데, 적정임금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적정임금제란 최저임금제처럼 건설노동자들의 임금 하한선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 등 저가 출혈 경쟁만 부추기는 현재 구조로는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저임금 미숙련 노동자를 찾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안전과 품질도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이동영 국회 입법조사처 환경노동팀 입법조사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건설, 안전으로 행복을 짓다' 토론회에 참석해 "불법 재하도급을 억제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와 실효성이 부족하다"라며 "적정임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저가 수주 경쟁→ 노무비 부족→ 저임금 저숙련 외국인력 고용→ 품질·안전 저하'라는 현재의 구조는 건설사에게도 유리하지가 않다"라며 "미국에서는 임금 하한선을 규제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고 시공·현장 안전이 정상화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적정임금제가 도입돼 다단계 가장 밑바닥에 있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단가 하한선이 생기면, 기업 입장에서는 숙련 노동자들에게 일을 맡길 동기가 생긴다는 논리다. 이를 통해 건물의 품질과 안정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과 독일 등에서도 적정임금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 조사관은 "건설업 불법 다단계로 인해 발주자 설계금액 대비 실제 하도급 금액 비율이 최저 25% 밖에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며 "사람이 다치거나 건설물이 안전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업자도 근로자도 없는데, 비용이 적고 공기(공사기간)가 촉박하면 실제 현장에서 안전과 품질이 지켜질 수가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현재 국회에도 적정임금제와 관련된 법률안이 4건 발의된 상태지만, 법안심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2일 오후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 모 아파트 신축 공사장에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관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9일 지하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
ⓒ 연합뉴스 |
"GS건설 사고 같은 것이 자꾸 난다는 것은,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창피스러운 일입니다." – 이명구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
이번 '순살 아파트' 사태가 "건설 산업 전반의 총체적 문제"라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명구 을지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설계·시공 단계에서 철근을 빼먹었다고 하는데, 발주자도 설계심의를 제대로 안 한 것이고 감리도 제대로 검수를 안 했다는 것"이라며 "시공 현장에선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면에 따라 제대로 배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원청에서부터 말단까지 모든 책임을 다하지 않은, 건설산업 전반적으로 창피한 일"이라며 "건설 공사 참여 주체 전체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임재범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선 불법 하도급 근절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실장은 특히 적정 공기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집중호우 등 계절적 요인이나 발주자·도급인(원청 건설사)의 사정에 의해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 그만큼 전체 공기도 연장돼야 맞지만, 실제로는 비용 문제로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라며 "수급인(하청)은 공기를 어떻게든 맞추려 부실 시공을 하게 된다"고 했다.
건설사 쪽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건설협회 한상준 기술안전실장은 상대적으로 발주자 쪽의 책임을 강조했다. 한 실장은 "건설사도 문제가 있지만, (발주처인) 정부도 이상한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선진 외국은 발주금액을 100원으로 정해도 (시공사가) 105원에 해야 한다고 하면 낙찰이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105원에 넣으면 아예 입찰 '무효'가 되는 이상한 시스템"이라고 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애초 수주 단계부터 발주자로부터 받는 낙찰 금액이 낮게 시작해 안전관리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번 '순살 아파트' 사태로 GS건설이 전면 재시공을 결정한 검단 아파트 신축공사의 발주처도 LH(한국토지주택공사)였다. 앞서 4월 29일 GS건설이 시공하던 인천 서구 원당동 검단신도시 아파트(AA13-2블록 1666세대) 신축현장에서 지하주차장이 붕괴됐고, 지난 5일 국토교통부는 지하주차장 기둥 절반 가량에 전단보강근 철근이 누락된 부실시공이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오는 8월 GS건설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적정임금제 인터뷰 – 건설근로자공제회 심규범 박사 https://omn.kr/245u6
"철근공 90%, 값싼 이주 노동자"...'순살 자이', 이게 끝이 아니다 https://omn.kr/24q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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