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고위급 회담 조율…'해빙' 조성 위한 관리 모드 전환?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수행한 박진 외교장관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하기 위해 12일 나토 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를 떠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출국했다.
박 장관은 13일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를 시작으로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고, 이튿날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호주·영국·필리핀 등과 별도의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대타로 왕이 ARF 참석…한·중 고위급 회담 조율중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경우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이번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불참함에 따라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친 부장이 외교부장에 취임한 이후 한·중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특히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차례에 걸쳐 대면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며 친분을 쌓아 왔다. 지난해 8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개최한 외교장관 회담 당시엔 “새로운 환경에 맞춘 경제 협력의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으기도 했다.
적자 늪 빠진 대중무역…한·중 관계 '관리 모드' 가동
한·중 고위급 회담이 성사될 경우 지난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베팅 발언’ 이후 고조된 긴장 국면을 해소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중은 최근 들어 부쩍 유화적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싱 대사의 발언으로 확대된 긴장 국면이 양국간의 갈등 고착화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대중 월간 교역은 지난해 9월 '반짝 흑자'를 기록했던 것을 제외하곤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던 무역수지가 이달 초 다시 적자로 출발한 것 역시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선 "외교 결례이자 사실상의 내정 개입"이라는 원칙적인 대응을 하면서도, 정부 차원에선 그 여파가 한·중 관계 전반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사실상의 ‘관리 모드’를 가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기현 "중국과 관계 필요", 왕이 "관계 발전 희망"
한·미 동맹을 전면에 내세웠던 여당에서도 경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필요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만난 직후 기자들에게 “한·미 양국은 대중 관계에서 경제적 문제가 많고, 중국과의 관계가 필요하다. 경제적 문제에서 우리는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류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왕 위원이 지난 10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는데, 그 자리에서 “중·한 관계는 정체돼선 안 되고 퇴보는 더더욱 안 된다. 양국 관계가 광활한 발전 전망을 열어가길 희망한다”며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4일 최영삼 외교부 차관보가 중국을 방문해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및 눙룽(農融)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를 만난 직후에도 중국 외교부는 “양측은 중·한 관계가 당면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건전한 발전의 궤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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