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일자리' 21만4000개, 정부 대책에…현장선 "젊은이 오겠냐"
충남 보령에서 40년째 멸치잡이배를 모는 선장 박모(65)씨는 3년 전부터 인력난으로 제대로 조업을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씨는 “선원 8명이 채워져야 일을 나가는데 인원을 맞추기가 빡빡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젊은 인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지금도 선원 8명 중 5~6명이 60~65세의 고령자다. 그나마 ‘젊은’ 2~3명도 50세를 훌쩍 넘겼다. 박씨는 “요즘 우리나라 젊은 사람들은 일이 너무 힘들다며 3일을 못 버티고 나가버린다. 젊은 외국 인력들은 일을 잘하지만,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 5월 기준, 구인활동을 하고 있지만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빈 일자리’는 21만4000명이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1만1000명 감소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2019년 17만8000명)보다는 상황이 심각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제2차 빈일자리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빈일자리 해소지원 업종으로 6개(제조업, 물류운송업, 보건복지업, 음식점업, 농업, 해외건설업) 업종을 지정한 데 이은 두 번째 대책이다.
건설업 평균 연령 51.4세…맞춤형 교육훈련 지원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분야에선 고층아파트 건설 공사 시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는 등의 편의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한다. 또 숙련도에 따라 근로자 등급을 구분하는 건설기능인등급제와 연계한 맞춤형 교육 훈련을 늘린다. 건설업 평균 연령이 51.4세, 40대 이상이 83.9%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된 상황을 타개하려는 대책이다.
해운업 분야에선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외항상선 승선 기간 단축과 유급휴가일 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의를 추진한다. 현재 한국은 6개월 승선 후 2개월 휴가를 주고 있지만, 외국은 3개월 승선 후 3개월의 휴가를 주고 있다. 또 현재 월 300만원인 외항상선·원양어선 선원에 대한 근로소득 비과세 금액을 확대해 실질소득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어선에 어선원 보험 가입 의무화
수산업에선 선원의 안전을 위해 현재 3t 이상의 어선에만 의무화되고 있는 어선원보험 가입 의무 대상을 '모든 어선'으로 확대하고 노후 위판장 현대화 지원을 강화한다. 폐기물 처리 등을 하는 자원순환업 분야에선 폐기물 공공선별장의 현대화‧자동화를 추진하는 등 작업 환경 개선에 나선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올해 외국인력 공급 확대를 위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E-7-4) 쿼터를 5000명에서 3만5000명으로 확대한다.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도 국내 취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인력부족 업·직종에 대한 현장 수요를 조사해 단순외국인력(E-9) 신규 허용업종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현장에선 “외국인력 확대는 환영할 만한 조치”라면서도 “이번 대책이 젊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유인책인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기업 건설사 관계자는 “편의시설 만들어준다고 젊은 사람들이 오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요즘 건설현장의 60~70%는 외국인 노동자다. 최저가 입찰을 하니 급여가 낮은 외국인 노동자들로 인력을 대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런 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남 창원에 거주하는 한 선장은 “젊은 사람들은 아예 지원 자체를 안 하는데 보험 가입을 해준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현장과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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