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렉라자 무상공급으로 본 제약보국의 정신

이춘희 2023. 7. 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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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1차 치료요법 확대를 맞아 무상 공급을 결정했다.

고가 신약을 대규모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에 시행한 것은 유한양행이 최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것도 일제 치하에서 제대로 된 약품이 없어 질병에 시달리던 민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약보국' 정신에서 비롯됐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정신'을 이어받으며 신약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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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국민, 병들지 아니한 국민만이 주권을 누릴 수 있다."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게 도움을 주자."(고 유일한 박사)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 [사진제공=유한양행]

유한양행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1차 치료요법 확대를 맞아 무상 공급을 결정했다. 한해 7550만원이 드는 약이 한순간 ‘공짜’가 됐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전까지라는 단서 외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 고가 신약을 대규모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에 시행한 것은 유한양행이 최초다.

EAP는 시판 허가된 전문의약품을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회사 측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업자인 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에 따른 것임을 누차 강조했다. 유일한 박사는 생전에는 독립운동에 헌신했고, 사후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유한양행을 설립한 것도 일제 치하에서 제대로 된 약품이 없어 질병에 시달리던 민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제약보국’ 정신에서 비롯됐다.

유한양행은 ‘유일한 정신’을 이어받으며 신약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렉라자는 총 36호까지 나온 국산 신약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창업자의 정신을 지키기 위해 기업의 이익을 포기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으로 국내에서 찾기 힘든 지배구조를 갖췄다.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경영상 결정이 가능한 배경이다. 조욱제 사장도 "폐암으로 고통받는 분 중 원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빨리 렉라자를 복용케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회사 내부에 많았다"고 말했다.

상품을 개발해 사람을 살기 좋게 만드는 산업은 많지만 죽을 수 있는 사람을 살려내는 산업은 제약 등 헬스케어 산업이 유일하다. 제약보국이라는 말처럼 사회에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인 셈이다. 정부에서도 이에 최근 글로벌 블록버스터 육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 계획을 내놓기도 했지만 여전히 실질적 지원은 부족하다는 호소도 많다. 유한양행의 사례에서 보듯 이미 산업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사회를 위해서 정부가 화답할 차례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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