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독립운동 연구 돌아본다…박환 교수가 전하는 '역사가의 길'
40년 간 한국 독립운동사를 연구해 온 박환(65) 수원대 사학과 교수가 그간의 저서와 학문 여정을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박 교수는 충남 천안시의 복합문화공간 노마만리에서 지난 4일부터 '박환, 역사가의 길'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다음 달 정년 퇴임을 앞두고 그동안 펴낸 저서 50여 권과 연구 성과를 정리하는 자리다.
전시 1부는 4대 째 역사가 집안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박 교수의 조부인 고(故) 박장현 씨는 식민 시대의 역사학자였다. 선친 고(故) 박영석 씨는 건국대 사학과 교수와 국사편찬위원장을 역임했다. 박 교수의 형제들은 조선 시대사, 프랑스사, 중국사 등 각기 다른 역사학을 공부했고, 그의 아들과 딸 또한 역사를 전공했다.
전시 2부에서는 1991년 박 교수가 처음 펴낸 책인 『만주한인민족운동사연구』부터 최신작『100년을 이어온 역사가의 길』까지 저서 50여 권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역 별로는 만주·러시아·중앙아시아·한국을, 시대 별로는 구한말부터 한국전쟁기까지 다룬다. 박 교수는 "그중 특별히 애정이 가는 것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누비며 발로 쓴『러시아한인민족운동사』"라고 했다.
박 교수는 역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독립운동가의 일생을 탐구해왔다. 2003년에는 경기도 화성 지역의 독립운동가 수형 카드를 입수해 항쟁을 주도한 36인의 사진을 처음 공개하는 등 화성 3·1 운동과 관련한 사료를 발굴했다. 한국전쟁 방산 비리인 '국민 방위군 사건'을 세상에 알린 것도 그다. 국민 방위군 사건은 1951년 1·4 후퇴 시기 국민 방위군 간부들이 방위군 예산 중 약 25억 원의 국고금과 물자를 착복해 식량을 지급 받지 못한 방위군 수만 명이 아사하거나 병사한 사건이다.
박 교수는 "역사에서 잊힌 인물과 사건을 발굴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러시아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최재형과 최봉준,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한 국민 방위군 사건 등이 그 예"라고 말했다.
전시 4부에서는 그가 대학 시절 썼던 한국사 강의 노트부터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쓴 논문 초고, 현장을 답사하면서 남긴 메모, 모스크바 레닌 도서관을 이용할 때 썼던 열람증 등을 볼 수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회장을 맡았던 한국민족운동사학회의 연구 학술지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자료, 그가 직접 지도한 수원대 대학원생의 졸업 논문 또한 접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그간의 연구 활동을 "대륙의 잊힌 혁명가 발굴과 부활"로 요약하며 "러시아와 만주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사 연구의 개척자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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