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남는 작품 필요해"…'오프닝 2023'이 증명할 단막극의 가치 [D:현장]

오펜(O'PEN) 공모전이 발굴한 신예 작가의 작품 7편

'오프닝 2023'이 7편의 참신한 이야기 통해 단막극의 의미를 전할 예정이다.

12일 열린 tvN·티빙 프로젝트'O'PENing 2023'(이하 '오프닝 2023')의 온라인 제작발표회에는 윤혜렴 PD, 아린, 노영섭 PD, 선우용여, 정종범 PD, 엄지원, 박지환, 정다형 PD, 최원영, 정이서, 정세령 PD, 박소이, 조은솔 PD, 배강희가 참석했다.

ⓒtvN

'오프닝 2023'은 2017년부터 선보인 tvN '드라마 스테이지'의 새로운 이름으로, 자유로운 형식과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7명의 신인 작가 작품으로 구성된 tvN, 티빙의 드라마 공동 프로젝트다.

'썸머, 러브머신 블루스', '산책', '여름감기', '우리가 못 만나는 이유 1가지', '복숭아 누르지 마시오', '2시 15분', '나를 쏘다' 등 CJ ENM의 오펜(O'PEN) 공모전이 발굴한 신예 작가의 작품 7편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PD 및 배우들은 '단막극'을 인생에 비유하며 의미를 짚었다. 먼저 '산책'은 세상 꼬장꼬장한 독거노인 순재가 아내 귀애가 돌보던 촌스러운 똥개 순둥이를 산책시켜야 하는 성가신 미션을 수행해 나가는 드라마다.

노 PD가 "산책은 삶에서 일상적인 부분이다. 산책을 곧 삶이라고 생각했다. 극 중 앞만 보며 달리던 순재가 아내가 떠난 뒤 홀로 남아 강아지를 만나고, 산책을 하며 삶을 돌아보는 순간이 있다"고 '산책'을 통해 '인생'을 이야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선우용녀는 "동물에게 공부를 배우는 부분이 많다. 인생은 똑같다. 남편도 뒤늦게 강아지를 만나 많이 배우더라"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여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그러면서 "이순재 선생님과 하는 것도 의미가 깊었다. 첫 작품을 선생님과 했는데, 결혼해서 첫 아이,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도 선생님과 연기를 했다. 이번에 노년에 와서 선생님과 하니까 의미가 깊었다. 이 작품을 하며 남편에게 못 한 부분도 생각이 났다"고 의미를 짚었다.

이순재는 단막극의 예술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나이에 주인공 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며 "단막 드라마는 과거 공중파에서 많이 했었다. 그걸 통해 연출 역량을 평가받는다. 연속극은 작가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연출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지만, 단막 드라마는 영화와도 같다"고 말했다.

열 살 아이가 집 안에 갇혀 있는 여섯 살 아이를 발견하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집 밖으로 나오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2시 15분'은 아이들 통해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한다. 정 PD는 "드라마를 촬영하는 내내 마음에 가지고 있던 문장이 있다. 어른들이 못하는 걸 해내는 두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우정을 담자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독립을 해야 하는 나이가 있지 않나. 그런데 극 중 등장하는 6살 아이는 그 시기를 너무 빨리 맞게 됐다. 방임에 대한 것도 있지만, 우정을 통해 어떻게 극복을 하는지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tvN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도 담긴다. 내일 죽어도 상관없을 만큼 절망 속에 살던 여자가 한 남자를 지키기 위해 난생처음 목숨 걸고 직진하는 여름 한정 순정 느와르 '여름감기'에서 주인공 인주를 연기하는 엄지원은 "기존에 보여드렸던 모습은 전혀 아니다. 와일드하고 시크한 면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박지환인 엄지원과 함께 로맨스 연기를 선보인다.

이순재는 이날 이렇듯 의미를 가진 단막극은 물론, 제대로 된 역사극, 홈드라마 등 좀 더 다양한 작품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방송사에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역사극을 재정립해주셨으면 한다. 지금의 역사극은 역사극이 아니다. 민족성, 고유성이 어디서 기인한 것이냐. 위기 때 우리 민족은 하나가 됐다. 그러한 민족혼을 끌어올리는 작품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또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홈드라마를 개발해주셨으면 한다. 지금은 모두 액션이다. 한 번 보고 지나가면 그만이다. 머리에 남는 게 없다. 머리에 남고, 가족이 같이 볼 수 있는 드라마를 개발해 주셨으면 한다. 그러면 시청자는 돌아온다. 감동이 첫째고, 다음이 재미다. 젊은이들을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 역사성을 살린 드라마. 민족 혼을 불러일으키는 역작들을 만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