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스 휴미라 시밀러 '하드리마', 美 처방권 진입
처방집 등재 성공
PBM 처방집 등재와는 별개
당장 처방은 불가능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하드리마'가 처음으로 미국 시장 처방권에 진입했다. 미국 처방 시장의 핵심인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처방집(formulary) 등재는 아니지만 첫 처방권 진입이라는 점에서 그 실마리를 마련한 셈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거대 보험 그룹인 시그나 그룹 소속의 보험사(Insurer)인 시그나 헬스케어는 휴미라 외 바이오시밀러 제품 4종을 선호 의약품으로 자사의 처방집에 오는 9월부터 올린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와 함께 베링거인겔하임의 '실테조', 산도스의 '하이리모즈', 그리고 산도스의 무브랜드 '아달리무맙-adaz'가 올랐다.
다만 이는 정식 PBM 등재는 아니다. 시그나 그룹 소속의 PBM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Express Scripts)는 국가 선호 처방집(NPF)에 시그나 헬스케어가 등재한 바이오시밀러 4종 중 하드리마를 제외한 3종만을 올린다고 밝혔다. 시그나 헬스케어 역시 이와 관련해 3종은 처방집 중 NPF, 표준 처방집, 공식 상업용 처방집 등에 등재하겠다고 설명한 데 비해 하드리마에 대해서는 별도로 "이들 선호 바이오시밀러 제품 이외의 가치, 장점 및 총비용 절감 측면에서 선호되는 제품으로 추가할 예정"이라고 언급하며 다소 분리해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잡한 미국 처방 시장…보험사 뚫더라도 PBM 못 뚫으면 판매 어려워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보험 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특수 의약품 중 자가 투여로 처방이 이뤄지는 아달리무맙 성분은 '약제 급여(pharmacy benefit)' 시장에 포함된다. 이 시장에서 의약품의 유통·판매를 위해서는 PBM에서 보험사를 대행해 선정한 처방집에 약품이 등재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그룹 내에 속한 PBM과 보험사의 처방집은 서로 동일한 약품들이 등재되기 때문에 통상 이 둘은 동의어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번 시그나 헬스케어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의 경우는 한 그룹 내의 보험사와 PBM의 처방집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빚어졌다. 즉 현재 시그나 헬스케어의 보험이 적용되는 환자 중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의 처방집이 적용되는 환자는 하드리마를 처방받기 어렵다. 하드리마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의 처방집에 추가 등재 또는 다른 PBM의 처방집에 등재된 후에야 하드리마를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아직 하드리마와 또 다른 국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인 '유플라이마'는 공식적으로 등재된 PBM 처방집이 없는 상태다. 지금까지 처방집을 공개한 거대 PBM 중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는 위의 3종만을, 옵텀Rx는 여기에 더해 암젠의 '암제비타' 및 무브랜드 '아달리무맙-atto'를 실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에 가깝다"며 "대형 보험사 입장에서는 높은 리베이트의 고가 제품 말고도 환자 접근성 확대 목적의 저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PBM과 더불어 또 다른 미국 시장의 특수성인 리베이트로 인해 벌어진 특이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가격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하드리마의 유통사인 오가논은 도매가격(WAC)을 휴미라의 월 6922달러(약 900만원) 대비 85% 인하한 1038달러(약 134만원)로 정했다. 반면 유플라이마의 해외 판매를 맡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유플라이마의 WAC를 오리지널 대비 5%만 낮춘 6576.5달러(약 850만원)로 시장에 내놨다. 같은 국산 바이오시밀러끼리도 무려 약 5500달러의 월 비용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다른 바이오시밀러 회사들도 단 5~7%의 할인만을 적용해 높은 가격을 설정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80%대의 높은 할인율을 책정한 회사가 있는 등 각기 다른 가격 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가의 정식 브랜드 제품과 함께 브랜드 없이 성분명 등으로만 판매가 이뤄지는 무브랜드 제품을 내놓는 복합 전략을 택한 회사도 있다.
이를 통해 고가 전략을 내건 곳은 PBM에게 지급되는 리베이트를 늘려 PBM들의 채택 선호도를 높이고 공략을 우선시하고, 저가 전략으로 나선 곳은 리베이트 경쟁력을 다소 잃더라도 저가 제품을 채택하라는 정책적 압력을 통해 PBM 등재에 성공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의 휴미라 PBM 시장은 CVS케어마크(33%)와 익스프레스 스크립트(24%), 옵텀Rx(22%) 등 3개 대형 PBM이 약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직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CVS케어마크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처방집에 올리지 않은 상태이고 다른 PBM들도 기타 바이오시밀러를 올리지 않겠다고 단언하지는 않은 만큼 여전히 시장 공략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날 홈페이지에 '주주님들께 드리는 글'을 공지하면서 "미국 아달리무맙 시장의 40%를 대상으로 하는 처방집에 등재하려는 목표에 따라 PBM 등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계약 건들이 있고, 다수의 PBM과의 협의를 통해 결과를 이달 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역시 오가논을 통해 주요 PBM들과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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