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엄마 돌풍' 스비톨리나 "전쟁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

윔블던 4강 진출을 확정한 스비톨리나. 로이터=연합뉴스

"전쟁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전란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의 엘리나 스비톨리나(29·세계랭킹 76위·우크라이나)는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물리치는 이변을 쓴 뒤 이렇게 말했다. 스비톨리나는 이날 시비옹테크와 2시간 51분간의 혈투 끝에 2-1(7-5 6-7〈5-7〉 6-2)로 이겼다. 스비톨리나가 윔블던 4강에 오른 것은 2019년 대회 이후 4년 만이다. 스비톨리나는 13일 오후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세계 42위·체코)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우승 후보' 시비옹테크를 꺾은 스비톨리나는 전쟁 중인 조국을 떠올리면 코트에서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스비톨리나는 "(조국의 전쟁을 지켜보며)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다. 어려운 상황을 더는 재앙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인생에는 더 나쁜 일도 있다. 더 침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미래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한 발 더 뛴다고 강조했다.

스비톨리나는 "전쟁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스비톨리나는 "어린이들이 휴대전화로 경기를 보는 장면을 담은 영상들을 인터넷에서 많이 봤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 (내 승리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작은 행복을 선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후 조국의 적국인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과는 악수하지 않는 스비톨리나는 이번 대회에서도 빅토리야 아자란카(세계 20위·벨라루스)와 16강전에서 승리한 뒤 상대를 외면해 화제가 됐다. 당시 그는 "조국이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악수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번 밝혔다"고 설명했다.

스비톨리나는 '엄마 선수'로도 유명하다. 2021년 테니스 선수 가엘 몽피스(37·프랑스)와 결혼한 그는 지난해 10월 딸을 출산했다. 지난 4월 코트에 복귀했다. 이번 대회는 출산 공백기에 랭킹이 많이 떨어져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는데, 복귀 3달 만에 메이저 대회 4강 진출하는 '엄마 돌풍'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는 앞서 2019년 윔블던과 US오픈에서 잇따라 4강까지 오른 게 메이저 최고 기록이다. 스비톨리나는 "아이를 낳고 전쟁을 겪으면서 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좀 달라졌다"면서도 "이기고 싶고,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강한 의욕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