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격수 '3인방'의 새로운 도전
[이준목 기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공격수 3인방이 이제 모두 '유럽파'로 채워지게 됐다. 조규성은 최근 덴마크 프로축구 FC 미트윌란으로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미트윌란은 지난 1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규성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5년이며 이적료는 260만 파운드(43억원)로 알려졌다.
이로써 지난 2022-23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 스코틀랜드 리그로 진출한 오현규(셀틱), K리그 FC서울과의 임대계약을 종료하고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는 황의조(노팅엄 포레스트)까지 세 공격수를 다음 시즌 모두 유럽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세 선수는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을 전후로(오현규는 예비멤버)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되어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인정받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역시 부임 이후 4번의 A매치에서 공격수 자리는 변동없이 이 세 선수만을 중용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오현규는 이미 셀틱에서의 유럽 첫 데뷔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시즌 중반에 합류했으에도 짧은 기간에 소속팀에 적응하며 21경기 7골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첫 시즌부터 세 개 대회 우승으로 도메스틱 트레블(리그, 리그컵, FA컵)을 경험한 데 이어 다음 시즌 UCL(유럽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큰 소득이었다. 대부분의 경기를 교체로 출전하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에도 자신의 장점인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하는 몸싸움 및 포스트 플레이, 활동량과 수비 가담 능력을 인정받아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다음 시즌 오현규의 최대 목표는 주전 경쟁이다. 오현규를 영입했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토트넘으로 떠나면서 브렌던 로저스 감독이 4년 만에 셀틱으로 복귀했다. 또한 지난 시즌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 득점왕과 MVP를 휩쓸었던 일본인 공격수 후루하시 교고가 재꼐약을 맺고 셀틱에 잔류하게 됐다. 후루하시가 떠났다면 오현규가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아쉬운 대목이다.
오현규로서는 다음 시즌 새로운 감독의 눈도장을 받으며 후루하시와의 주전경쟁을 이겨내야 한다는 숙제가 주어졌다. 또한 오현규는 A매치에서도 5경기에 출전했으나 아직 첫 득점을 신고하지는 못했다.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대표팀에도 차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어느 때보다 바쁜 한해가 될 전망이다.
맏형 황의조는 유럽에서 재도전에 나선다. 황의조는 유럽 5대리그인 프랑스 리그앙에서 3시즌간 29골-2년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나, 지난 시즌 임대이적했던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의 부진으로 해외 커리어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황의조는 FC서울과 단기계약을 맺으며 K리그로 복귀하여 경기력을 회복하는 길을 선택했다.
황의조는 서울에서 18경기에 출전하여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황의조의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그래도 지난해 카타르월드컵과 그리스 리그에서의 부진을 털고 폼을 회복했다. 지난 6월 엘살바도르아의 평가전에서는 1년만의 A매치 득점포를 가동하기도 했다.
황의조는 서울과의 임대기간이 종료된 후 유럽 재도전을 선언하며 원소속팀인 잉글랜드 노팅엄으로 복귀했다. 최근에는 구단 공식 영상에서 황의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 황의조가 다음 시즌 노팅엄에서 얼마나 중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미 노팅엄에는 지난 시즌 주포로 활약했던 타이워 아워니이와 브레넌 존슨이 있고, 최근에는 뉴질랜드 출신의 베테랑 장신 공격수 크리스 우드도 완전 이적하며 황의조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황의조가 다시 재임대나 이적을 선택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또한 황의조는 최근 사생활 관련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사생활 관련 동영상 유출로 피해자가 된 황의조는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다만 황의조가 이전에도 사생활 문제로 도마에 오른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황의조를 바라보는 여론도 곱지않다. 축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과 불리한 주전경쟁 속에서 황의조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조규성은 최근 덴마크 미트윌란 이적 사가를 둘러싸고 축구팬들의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팬들은 유럽 5대리그인 잉글랜드와 독일 구단들의 관심을 받던 조규성이 정작 중소리그인 덴마크를 선택한데 뜬금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전북 현대 구단과 박지성 전북 테크니컬 디렉터에게 비판의 불똥의 튀기도 했다.
조규성은 미트윌란행을 앞두고 덴마크 이적은 본인이 직접 내린 결정이고 후회가 없다며 자신의 이적설을 둘러싼 무수한 추측과 논쟁을 일축했다. 선배인 박지성이 이적문제에 간섭한 적이 없으며,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 정식 오퍼가 들어온 것도 미트윌란이 유일했다고 해명했다.
조규성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덴마크 프로축구 수페르리가의 UEFA(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은 17위에 불과하다. 월드컵 직후만 해도 셀틱, 마인츠 등 상위리그와 유명 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위상이 크게 낮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덴마크 리그는 유럽 5대 빅리그처럼 위상과 주목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오현규가 뛰고 있는 셀틱처럼 우승가능성이 높거나 유럽 상위 클럽대항전에서 나갈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미트윌란은 덴마크의 강호지만 지난 시즌에는 7위라는 최악의 부진에 빠졌고, 유럽클럽대항전 가장 위상이 낮은 컨퍼런스리그 2차예선 티켓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차라리 독일에서 뛰고있는 이재성처럼 2부리그를 거쳐서라도 상위리그에서 직접 도전하거나, 아니면 유럽행 직전까지 최근 K리그에서 골감각이 살아나고 있던 것을 감안할 때 전북에 잔류하여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냐는 반응도 나온다.
그럼에도 조규성은 "미트윌란에서 도전하고 증명하겠다"고 선언하며 유럽진출에 대한 열망을 선택했다. 조규성은 이제 미트윌란의 선수가 되었고, 여기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황의조, 조규성, 오현규는 클린스만호에서도 전력의 주축이자, 다가오는 아시안컵-차기 북중미월드컵까지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져야 할 자원들이다. 이들이 유럽무대에서 얼마나 성장하느냐에 따라 한국 축구의 위상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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