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기 몰래 묻었다"에서 "산 채로 묻었다" 30대 친모, 180도 진술 변경

'6년 전 범행 자백' 커지는 의문점...체포시한 종료 임박 경찰, 일단 '살인' 혐의 구속영장 신청

[김형호 기자]

▲ 11일 오후 전남 광양시 한 야산에서 경찰이 영아 시신을 찾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2017년 10월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이 돌연 숨지자 친정집 인근 야산에 묻었다는 30대 여성 피의자 진술을 바탕으로 시신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전남경찰청 제공

경찰이 6년 전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친정집 인근 야산에 산 채로 암매장한 혐의로 30대 여성에 대해 1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초 이 여성은 지난 10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될 당시 "친정집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아이가 갑자기 숨져 몰래 야산에 묻었다"고 했다가, 돌연 "아이를 살아 있는 채로 묻었다"고 180도 진술을 바꿨다.

더 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데도 진술 번복 이유와 범행 동기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찰은 긴급체포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이 청구돼야 하는 사정을 감안해 친모 진술을 위주로 일단 신병 확보 기간 늘리기에 나섰다.

전남경찰청 여청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30대 여성 A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2017년 10월 29일 오후 2시께 전남 광양 친정집 인근 야산에 자신의 아들을 매장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틀 전인 10월 27일 목포의 한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 당시 A씨는 미혼 상태였으며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출산 이틀 만인 10월 29일 오전 A씨는 아이를 데리고 택시를 이용해 친정집으로 향했고, 같은날 오후 1시~1시30분 사이 친정집 도착했다고 한다. 홀로 거주하는 친정 어머니는 당시 집을 비운 상태였다고 A씨는 경찰에 진술했다.
 

▲ 전라남도경찰청 청사 전경 ⓒ 전남경찰청

A씨는 당초 출산 사실과 광양 친정집으로의 이동, 갑작스런 아이 죽음, 야산 암매장 사실을 자백하며 "친정집에서 잠시 화장실 간 사이 아이가 숨을 안 쉬고 죽어 있길래 몰래 산에 묻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바 있다.

그러다 돌연 긴급체포 시한 만료를 앞둔 상태에서 수사관의 추궁에 "살아있던 아이를 그대로 산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진술 번복에 따라 더 중한 형벌을 받는 살인죄로 적용 혐의가 바뀌게 됐지만, 이를 납득시킬만한 추가 진술이 없는 상태라고 경찰은 덧붙였다.

A씨 주변인 조사에서도 사건 경위를 뚜렷하게 밝혀줄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숨진 아이의 친부와 A씨 친정어머니는 둘 다 '아이 사망 사실은 물론 출산 사실도 몰랐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한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는 범행 당사자가 다른 사람이거나 공범을 감추기 위해 A씨가 허위 자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논리적인 설명이 부족하다. 여러 진술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피의자 신병 확보기간을 늘려 실체적 진실 규명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6년 간 잠들어 있다가 병원 출생 기록은 있는데 출생신고는 돼 있지 않다며 목포시가 목포경찰서에 수사의뢰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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