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아이스박스의 불편한 진실, 어디까지 아십니까 [목사가 쓰는 택배 이야기]
[구교형 기자]
▲ 한 집으로 배달되는 스티로폼 박스 |
ⓒ 구교형 |
지금은 택배뿐 아니라 정말 배달 전성시대다. 배달 아닌 게 없다. 특히 1인 가구가 늘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배달은 종류도, 수량도 더욱 늘어났다. 그런데 택배 일을 하면서 늘 염려되는 것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포장과 용품 쓰레기들이다.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누구나 느낄 것이다.
그 가운데 최고는 역시 스티로폼 아이스박스다. 사실 냉동식품이나 액체류 제품에 스티로폼이 없다면 개별 배송 자체가 어려울 만큼 이제는 값싸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다. 그러나 딱 한 번 사용할 때까지만 좋다. 사용 후 스티로폼만큼 애물단지가 없다.
물론 사용 후에도 화분이나 용기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용도에 비해, 부피도 크고 수량도 많다. 종이류나 다른 재활용품처럼 모아두거나 다양하게 활용하기 어려워 결국 버리게 된다. 그러나 스티로폼 제품은 버리기도 쉽지 않다. 예전에는 재활용이 안 돼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도록 해서 일일이 조각내었는데 작아질수록 쪼개기도 힘들고 웬만한 봉투 하나론 어림도 없다.
지금은 분리배출이 가능하다. 다만, 테이프와 송장, 스티커 등을 다 떼어낸 후 하얀 상자만 내놓아야 한다. 택배 기사들에게도 아이스박스는 반갑지 않는 물건이다. 가장 큰 문제가 깨지면 피곤해진다는 점이다. 특히 가게나 식당 배송용 물건들은 부피도 크고 내용물이 많아 옮겨지는 과정에서 적지 않게 깨진다. 그러면 내용물이 나와 테이핑도 다시 해야 하고, 배송이 끝날 때까지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매일 배송품의 30% 정도가 이런 제품이라고 보면, 완전 파손이 아니라도 조금씩 깨져 나간 스티로폼 조각과 알갱이들이 트럭 탑재함 안에 늘 굴러다닌다. 겨울처럼 건조한 계절에는 배송 기사 옷에 들러붙어 여간해서는 떨어지지도 않는다. 보이든 보이지 않든, 스티로폼 알갱이는 제법 많이 날아다닌다. 특히 부력이 있어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간 알갱이들을 먹은 수생 생물들이 제대로 잠수하지 못해 죽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뉴스도 보게 된다.
다행히 요즘에는 스티로폼과 같은 효과와 기능을 가지면서도 환경피해는 훨씬 덜한 종이 보냉박스도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널리 보급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비싸고 일반 상점에서 쉽게 사기 어렵다. 또 배송 물품을 두 겹, 세 겹 너무 많이 싸거나 물품 크기에 비해 과포장된 경우도 개선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렇게 환경을 생각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참 다행이다.
조금만 신경 쓰면 실천할 수 있는 일
배달 전성시대의 꽃은 역시 음식 배달일 것이다. 택배를 하다 보면 식당 배송도 많이 하는데 그중 가장 많은 게 일회용 배달 용기다. 부피도 적지 않은데 한 번에 5~10개 정도 배송하는데도 거의 매주 1~2번 배송한다. 그만큼 배달 음식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 배달 음식은 용기를 회수해 가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가정에 쌓이게 되는데 배달 음식을 자주 이용하면 그 양이 적지 않을 것이다. 반찬이나 국 용기 같은 경우는 깨끗이 닦아 계속 사용하면 되니 재활용이 쉽긴 하지만, 양이 많아지면 대개 버려진다는 게 문제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도 배달하는 사람으로서 스티로폼 제품을 당장 사용하지 말자거나 배달 음식을 이용하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개인이 어쩌기 쉽지 않은 부분이 많다. 뭔가 더 좋은 사회적, 국가적 대책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평소 느껴왔던 이야기들을 더 해보자. 요즘은 정부나 사회에서도 친환경 제도를 많이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생활에서 무시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다.
도입은 했지만 일회용 봉투 대신 가방이나 바구니 사용도 미흡하고 마트에서도 웬만하면 서비스로 비닐봉지를 주려고도 한다. 카페에서도 음료와 함께 왕창 집어 오는 냅킨도 그냥 놓고 가면 분명히 버려진다. 조금만 신경 쓰면 소비자들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 5일 경기도 수원시청에서 신영초등학교 학생들이 수원민주시민교육협의회 빛길, 수원환경운동연합, 수원KYC, 인권교육 온다 등과 함께 기후위기 극복 캠페인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저 인간이 동식물들을 보호한다는 의미였다가, 2000년대 들어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낮은 섬나라들이 고통을 겪고, 지구촌 곳곳에서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이웃들의 뉴스를 접하는 빈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그건 여전히 남의 일로 여겨졌다.
2010년대 들어와 소, 돼지, 닭, 오리 등 가축들의 잇따른 전염병으로 수만~수천만 마리가 폐사하고 도시민들도 그걸 먹느니 못 먹느니 하는 지경에 이르자 우리 문명이 정말 지속 가능한 것인가를 묻게 되었다. 2019년은 반년 가까이 전국을 뒤덮은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 모두 마스크를 낀 경험을 가졌다.
마치 예행연습이라도 한 것처럼 2020년 온 세계를 뒤덮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류는 똑같이 위기의 지구촌에 살고 있음을 진정으로 실감했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 사태는 일단 극복했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기후 위기가 다시 찾아올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다른 생명체의 일로 시작해 다른 나라 이야기로, 이제는 정말 나 자신의 일로 찾아왔다. 필(必) 환경시대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 문제는 기성세대보다 아직도 오래 살아야 할 다음 세대에게 막대한 짐을 떠넘긴 것이다. 요즘 MZ세대는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으려 한다고 염려들이 많지만, 단지 경제문제를 넘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지구환경의 위기를 더욱 민감하게 느끼는 바가 크다. 그에 비하면 우리 기성세대는 여전히 너무 태평하다.
몇 해 전 대리운전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나눈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코로나 시절이라 자연스럽게 기후환경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우리 둘 다 기후위기에 대한 염려를 공감했지만, 뜻밖에도 그는 자기 살아생전에는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아 크게 상관없다고 했다.
언뜻 보니 내 또래인 것 같아 '그래도 자식들이 살아갈 시절을 생각하면 걱정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건 또 그 아이들 몫이니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대답해 할 말을 잃었다. 나중에 20대 딸에게 그 이야기를 전했더니 '그러면서 어른들은 어떻게 우리에게 결혼해라, 애 낳아라 할 수 있느냐'며 혀를 찼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로 논란이 많다. 정치권의 공방은 둘째치고라도 항상 급한 불만 끄고 나면 다시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함으로는 지속 가능한 지구 생활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겠다. 지구촌은 탄소중립 시간표까지 함께 만들어 임박한 위기를 극복하자며 결의하지만 최고의 탄소 방출량을 자랑하는 군비증강에는 모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꼭 비관하는 건 아니다. 인류가 생겨난 후 지금껏 지구가 몇 번은 없어져도 남을 위기가 있었겠지만, 정말 죽을 길 앞에서는 멈춰서 다시 살길을 찾아가는 게 인간이 아닌가 싶다. 택배도 틀림없이 지속 가능한 지구 생활을 위해서 하는 거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기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이사야 1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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