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환 대법관 후보, 가족 비상장주식 보유에 "송구합니다"
서경환(57·사법연수원 21기) 대법관 후보자가 가족의 비상장기업 지분 취득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서 후보자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족들의 비상장주식 소유는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자 이렇게 답했다.
서 후보자의 2019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배우자와 장남은 비상장주식인 주식회사 한결의 주식을 각각 15만주와 5만주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매입가는 배우자 1억5000만원, 장남 5000만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장남이 보유한 5만주가 3억8715만원으로 평가됐다. 4년 만에 7배 가까이 뛴 것이다. 배우자의 경우 다른 비상장주식 평가액을 함께 신고해 정확한 가치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약 11억6000만원 이상이라고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가 된 뒤 해당 주식을 전부 매입 당시 가격에 처분했다.
김 의원은 “4년 동안 7배가 올랐는데 그것을 처음 투자한 2억원만 받고 다시 팔았다는 것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지 않느냐”며 “가장 매매나, 친인척에게 일시적으로 넘긴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도 “후보자가 처분했다고 밝힌 한결 주식을 차명관리 등을 위해 특수관계인 또는 친인척에게 양도했는지를 확인하려고 한다”며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 후보자는 “대주주 조모씨가 소개해 주는 분한테 매각했다”며 “(한결 등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설치·운영하는 어린이집을 새로 이전할 부동산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주주 조모씨가 자신이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던 것을 한결 법인 명의로 옮기며 갑자기 자산 규모가 늘어나고 주식평가액도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자와 장남은 2억원밖에 출자하지 않고 출자분에 대해 주식을 받은 것”이라며 “언젠가 털고 가려고 했는데 이번에 후보자가 된 김에 매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가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서 후보자는 “아내와 아들이 해외에 나가 있어 당장 구비가 어렵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배우자와 아들 관련 자료 요청이 추가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고, 이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청문회에 임하는 후보자의 자세”라고 질타했다.
과거 서 후보자가 내린 성범죄 사건 판결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2015년 광주고법 근무 당시 성인 남성이 10대 피해자를 유린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을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했는데, 5년 뒤 대법원에서 유죄로 파기 환송됐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광주고법 재직 당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사건이 올라왔는데, 피고인이 반성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6개월로 감형하고 전자발찌 청구도 기각했다”며 “그런데 그 피고인이 출소 후 4일 만에 재범을 했는데 피해자가 3명”이라고 지적했다. 서 후보자는 “송구수럽다. 성인지 감수성을 갖추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에 비판을 집중했다. 특히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 김승수 의원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담당한 윤종섭 부장판사는 재판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무려 6년이나 서울중앙지법에서 근무하다 자리를 옮겼다. 사법부 신뢰를 갉아먹는 정치 편향적 행동 아니냐”고 물었다. 최형두 의원도 “2019년 12월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은 1심에 3년 2개월이 걸렸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3년 반이 지나도록 1심 선고를 하지 않는 등 권력자에 대한 재판을 지연했는데 어떻게 법원을 믿나”라고 따졌다.
이에 서 후보자는 “(재판이) 지체된 게 맞다”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사건일수록 법원이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앞서 서 후보자는 모두발언에서 “재판 당사자가 1심부터 대법원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재판에 이기더라도 남는 것이 별로 없다”며 “저는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을 항상 명심하겠다”고 밝혔다.
윤지원 기자 yoon.ji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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