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 안 해서 처벌 못한다? 김봉현 ‘도주미수’ 적용 고심하는 검찰
검찰이 탈옥을 계획했던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도주미수 혐의로 추가 기소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도주 계획을 세웠지만 실제 도망하려다 붙잡힌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계획은 동료 수감자의 입을 통해 탄로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법원 또는 검찰 출정 때 교도관을 따돌리고 도주한다는 탈옥 계획을 세운 뒤 조직폭력배 출신 동료 수감자에 도움을 요청했다. A4 용지 27장에 달하는 계획서엔 법원·검찰청 경내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장소, 흡연구역 위치, 후문 개방시간, 호송차량 내 교도관이 앉는 좌석 위치 등이 상세히 담겼다. 그는 동료 수감자에 탈옥 성공 시 최대 40억원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실제 친누나 김모(51)를 통해 수감자의 외사촌인 A씨에 착수금 1000만원을 전달한 뒤 대포차량 구매 대금 명목의 2000만원을 추가로 약속하기도 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A씨에 현금 1000만원을 건넨 친누나 김씨에 대해 지난 6일 도주원조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같은 날 “도주원조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이를 기각했다. 김씨 측은 “김 전 회장의 부탁으로 돈을 전달했을 뿐 탈옥 계획은 전혀 몰랐다. 수상하다고 느낀 뒤로는 접견도 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김씨가 도우려 했다는 도주 계획을 세웠던 김 전 회장에 대해선 아직 피의자로 입건도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과 법리를 더 검토한 뒤 도주미수 혐의 적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는 건 현행법상 탈옥과 같은 도주를 계획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형법에 따르면, 도주원조에 대해서만 예비·음모죄를 적용할 수 있고, 도주에 대해선 미수죄까지만 처벌할 수 있다. 미수란 범행에 착수했지만 의도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뜻한다.
판례로는 실제로 도망하려다 붙잡힌 경우 도주미수죄를 유죄로 판단한 경우가 확인될 뿐이다. 대전지법은 2017년 직접 만든 사다리를 이용해 교도소 울타리를 넘으려던 수감자에 도주미수 혐의를, 서울남부지법은 2015년 법정 경위를 폭행하고 도주하려던 구속 피고인에 특수도주미수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이 탈옥을 계획한 뒤 외부인에 착수금을 전달토록 하고 대가 지급을 약속한 행위가 ‘범행 착수’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학계의 견해는 분분하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감자라면 누구든지 내심 탈옥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을 텐데, 탈옥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단계에서 처벌한다면 그 대상이 한없이 많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원혜욱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나가 수감자의 친척에게 착수금 1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일정 부분 도주에 착수했다고 볼 수 있어 미수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회장 측은 지난 11일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이창형)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탈옥을 계획한 게 아니며 실행할 생각도 없었는데 폭력조직원이 피고인을 꾀어 돈만 편취하는 등 사기행각에 놀아났다”고 주장하는 등 탈옥 계획을 수립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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