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고속道' 입장문 낸 김동연 "백지화 철회하고 즉각 추진"
변경안 채택시 장기간 사업 표류불가피…1400만 도민 피해
장관 말 한마디에 '국가 의사결정시스템 붕괴'…해임 등 촉구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이 장관 말 한마디에 백지화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애초 사업목적에 부합하며, 주민의 숙원을 해결할 수 있고, 가장 빠르게 설계된 만큼 조속히 해당 사업을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또 6개월 만에 27Km이던 해당 고속도로 노선의 50% 이상 변경된 이유가 뭔지,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이렇게 노선절차를 변경했는지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 변경안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예비 타당성 재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이러면 최소 1년이상 사업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1조7000억원이나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장관 말 한마디로 절차를 무시한 채 사업이 바뀌는 것은 '국가 의사결정시스템'의 중대한 위기라며 만약 자신이 경제부총리로 있었다면 경제총괄 부총리로서 대통령에게 장관 해임을 건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속도로사업 백지화 전면철회 촉구
김동연 지사는 12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 관련 입장발표'에서 "비상식적인 국책사업 백지화를 전면 철회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이어 "1조7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사업이 장관 말 한마디로 백지화될 수는 없다"며 "건설이나 복지 등 500억원 이상 모든 대규모 재정사업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은) 이를 통과해 국가재정계획으로 진행된데다, 심지어 고속도로 특성 때문에 (예타) 그 이전에 관계부처 협의까지 거치면서 국가종합도로계획이 수립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진행과정을 거쳐 많은 비용이 투입돼 추진된 사업이 장관 말 한마디로 백지화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김동연 지사의 지적이다.
나아가 "저는 예산실장으로 고속도로 SOC 재원 배분을 경험했고, 기재부 2차관으로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총괄하는 자리에도 있었는데, 이런 경험으로 볼 때 해당 장관 말 한마디에 국책사업이 손바닥 뒤집히듯 하는 것은 국정 난맥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나아가 의혹 제기를 빌미로 (사업) 백지화 운운하는 것은 해당 사업을 볼모로 국민을 겁박하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6개월 새 1조7천억 사업 55% 노선 바뀌어
김 지사는 "2022년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관계기관 1차협의 때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 평가 협의를 위해 관련 부처 및 해당 지자체로 양평, 하남, 서울시 등 9개 지자체를 부르면서 경기도만 쏙 뺐다"며 "아주 이례적인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6개월 뒤인) 2023년 1월 타당성 평가 관계기관 2차협의에서 국토부는 이번에는 경기도를 포함해 12개 지자체 및 기관에 (기존 하남 감일동에서 양평 양서면이 아닌 강상면으로) 변경된 노선으로 공문을 보냈다"며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 협의 공문의 앞장에 있는 사업 개요와 뒷장의 위치도의 내용이 달랐다"고 폭로했다.
그는 "(국토부가 보낸) 앞장의 사업개요는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양서면으로 돼 있고, 사업 규모는 27.0km며, 상사창 등 3개의 나들목(IC)이 있었다"며 "하지만 뒤에 첨부된 위치도 상에서는 하남시 감일동에서 양평군 강상면으로 사업 노선도가 바뀌어 있었다. 규모도 29Km였고, 나들목 역시 1개가 추가된 4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6개월 만에 27Km이던 당초 사업 노선이 50% 이상이 바뀐 이유가 뭐고, 누가 왜 어떤 절차를 통해 노선절차를 변경했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참으로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변경안 채택시 장기간 사업 표류…1400만 도민 피해
김 지사는 "정부의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기존 사업비의 15% 이상 증가하거나 교통량 수요가 30% 이상 감소할 경우 그리고 감사원과 국회의 요구가 있을 경우 반드시 타당성 재조사를 해야 한다"며 "(여러 정황을 볼 때)기재부의 타당성 재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최소 1년 이상 사업 지연이 우려된다. 특히 변경안 타당성 재조사는 물론 예비타당성 재조사까지 다시 해야 할 지 모른다"며 "시종점이 바뀌고 원안 대비 55%가 대폭 변경돼 신규노선이나 마찬가지라서 그렇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이후 시종점을 변경한 사업은 1999년 이후 14건이며, 이중 경기도 관내 있거나 경기도 지나는 사업은 3건으로 김포~파주, 양평~이천, 인천 계양~강화구간이었다. 이중 시종점 변경은 계양~강화구간 1곳인데, 전체 5%만 변경했다. 이들 3건 모두 일부만 변경한 것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김 지사는 "당초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양평 두물머리 일대를 포함한 6번 국도의 교통체증 해소였다"며 "해당 고속도로는 평일 출퇴근이나 주말 관광객이 몰리면서 심각한 도로 정체가 빚어지면서 양평군민은 물론 많은 사람이 고통받아왔다"고 소개했다.
특히 "해당 고속도로는 경기동부지역의 교통환경 개선은 물론 그간 각종 규제로 인프라가 부족한 광주시, 양평군에 아주 중요한 사업"이라며 "특히 2028년 3만3000호가 건설되는 하남교산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에도 매우 중요한 노선으로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15년 전인 2008년 처음 제안됐다. 이후 경기도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모두 일관되게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7년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중점 추진사업으로 포함됐다. 또 2021년 기재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에 이어 사업 착수를 위한 국토부 타당성 평가도 지난해 진행했다.
김 지사는 "해당 고속도로는 양평 12만 군민은 물론 1400만 경기도민을 위해 당초 계획대로 정상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관 말 한마디에 '국가 의사결정시스템 붕괴'
김 지사는 "1조7000억원이 투입돼 예비타당성 통과를 마친 국책사업이 장관의 말 한마디로 그때까지의 모든 절차가 무시되고 바뀌는 것은 처음 봤다"며 "아주 이례적"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만약 제가 경제부총리로 있을 때 경제부처 장관이 그런 일을 했다면 경제를 총괄하는 부총리로서 대통령에게 해임을 건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기존 노선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거나 주민 교체요구도 없었다. 수년간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예타까지 마친 것을 단 6개월 만에 뚜렷한 이유 없이 변경했다"며 "이런 과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됐으면 이를 풀면 될 일이지, 정부가 고집을 부리고 이를 통해 신뢰를 잃게 되면 국민과 함께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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