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과 실제 핵전쟁 대비…끔찍한 시나리오 준비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초 미국 국토안보부가 북한과의 핵전쟁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앞서 지난 1월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초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는 증언이 공개된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때 국토안보부 장관의 고문이었던 마일스 테일러가 오는 18일 출판할 예정인 저서 ‘역류-트럼프 재선으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경고’의 발췌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테일러는 발췌본에서 “국가 안전보장 세계에서는 핵무기와 관련된 모든 사안은 극도로 민감하게 다뤄지지만 우리는 트럼프가 무슨 말을 할지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어 2017년 8월 북한이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자 트럼프가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면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그는 거의 핵 충돌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를 공포에 떨게 했다”고 떠올렸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우리가 전쟁을 할 것처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부처 내 고위 당국자를 전원 소집해 북핵 위기에 대해 논의했다. 테일러는 “부처 내 전문가들은 미 본토에 대한 핵 공격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대응 계획을 점검했다”고 술회했다. 이어 “최상의 시나리오조차 끔찍하고 암울한 것이었다”며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나는 국가의 안전을 걱정하며 회의장을 나왔다. 내가 볼 때 국토안보부는 트럼프가 일으킬 수 있는 핵 분쟁에 대비돼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테일러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알기로 국토안보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 전쟁에 나서고 우리가 미 본토에서 핵 낙진에 대비해야 할 가능성을 검토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초 북한을 겨냥한 핵 공격과 선제 타격을 검토했다는 폭로는 지난 1월 미 NBC 방송에서도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NBC는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2017년 7월~2019년 1월) 등과의 인터뷰를 담아 펴낸 책 ‘도널드 트럼프 대 미국’ 발췌본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책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켈리 전 비서실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을 통한 전쟁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선제 타격을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켈리 전 비서실장 지적에 짜증을 냈다는 대목도 있었다.
트럼프 정부 시절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혔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20년 6월 펴낸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초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검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2017년 12월 백악관에서) 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무기, 탄도미사일에 맞서 선제공격을 해야 하는 이유와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보고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가? 50대50?”이라고 물었고 볼턴 전 보좌관은 “중국에 달린 일이라고 보지만 아마 50대50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록을 통해 밝혔다.
한편 조현동 주미 대사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인도태평양에서 한ㆍ미 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 상황과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북한의 나쁜 행동과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또 다른 종류의 억제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4월 한ㆍ미 정상회담 때 합의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오는 18일 서울에서 첫 회의가 열리는 한ㆍ미 핵협의그룹(NCG)과 관련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핵 자산 운용에 대한 정보 공유, 공동 계획 및 실행에 대해 매우 진지한 논의를 하게 될 것이고, 당분간은 이것이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우리는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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