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상속세 과표 조정하고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해야"

박영국 2023. 7.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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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건의서' 정부 제출
2000년 대비 2022년 상속・증여세 과표금액 및 주요 경제지표 변화 비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세제개선 건의서’를 지난 11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총은 지난해 법인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민간주도 경제성장’을 목표로 세제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기업 조세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 세제 가운데 그간의 경제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아 우리 조세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내용들은 더욱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어 이번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총은 우선 합리적인 상속・증여세제 운영을 위해 경제 규모나 물가 변화와 무관하게 20년 넘게 고정된 상속・증여세 과표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줄 것을 건의했다.

상속・증여세 과표구간은 2000년에 현행 체계로 개정된 후 변화가 없으며,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 역시 1997년 이후 25년째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1990년대 말의 물가 등 경제 상황과 자산가치를 고려해 설계된 상속・증여세 과표구간과 일괄공제 한도가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과도한 세율의 문제뿐 아니라 더 많은 국민들이 동일한 자산을 가지고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금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경총의 주장이다.

경총은 “2000년에는 주택 한 채를 자녀에게 상속해도 세부담이 없었지만, 지금은 동일한 주택을 상속해도 수억 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2000년에 5억원이던 서울 소재 A아파트는 2022년 기준 약 21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당시에 자녀 1명에게 상속하면 상속세가 없었지만, 지금은 약 4~5억원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규모와 자산가치 변화를 반영해 상속・증여세 과표구간 금액과 일괄공제 한도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상속세가 개인이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에 맞지 않게 부과되는 현실도 개선해줄 것을 건의했다. 상속세가 조세의 기본원칙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합리적으로 부과될 수 있도록, 현행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 과세방식은 상속인 개개인이 상속받는 재산 규모에 맞는 과세가 아니라, 피상속인(선대)의 유산 전체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후대)이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 규모에 따라 각자의 과표와 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납부하는 ‘공평과세’ 원칙에 맞지 않으며,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경총은 주장했다.

현재 OECD 24개국 중에서 20개국이 유산취득세 방식을 도입중이며, 유산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에 불과하다.

경총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유산세→유산취득세)과 일괄공제 한도 상향(5억원→10억원) 시 세부담 변화 분석 결과, 기업 상속과 같이 상속재산 규모가 큰 경우에는 세부담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았으나, 중산층에서는 의미 있는 감소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세원칙에 부합하는 세제 합리화뿐 아니라, 상속세 과표구간이 오랫동안 조정되지 않아 상속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소득을 투자와 근로자 임금상승 등으로 환류시킨다는 취지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이하 투상세)도 개선 과제로 지목했다. 투상세는 고임금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만 적용되는 제도임에도, 총급여가 8000만원 이상인 근로자의 임금상승은 인정하지 않는 현실 비정합적인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이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주주에게 실시하는 배당은 2018년부터 투상세 산식에서 제외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총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 다수가 평균임금 수준이 1억원을 훨씬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업집단에서 총급여가 8000만원 미만인 근로자의 비중은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당 기업에서 임금이 낮은 소수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는 경우에만 투상세 과세 산식 상 ‘임금상승’으로 인정돼 입법 취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자칫 임금체계의 왜곡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상승 인정 기준을 상향하고, 배당을 투상세 과세 산식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개선방안도 정부에 건의했다. 우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줄여 원활한 기업 승계를 촉진하고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 50%에서 OECD 평균 수준인 25%로 과감하게 낮추고, 일률적인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상향하고 업종변경 제한을 폐지하는 한편, 승계 전 의무경영 기간을 축소하는 등 공제요건도 더욱 완화해 세부담 완화 효과를 기업인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인세에 대해서는, 최고세율(현 최고 24%, 지방세 포함시 26.4%)을 OECD 평균 수준인 22%로 더 낮춰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올해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내년까지 1년 연장하고, 일반 R&D 세액공제율도 2013년 수준으로 환원해 기업의 신규 투자나 기술력 향상이 전 산업에 폭넓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7%인 최저한세율도 세계적 추세에 맞춰 15%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앞으로도 우리 조세경쟁력을 높이고 투자 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정책 시그널(signal)이 지속되어야만 국내 투자가 가속화되어 경제가 살아나고 국가 재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넛 “정부와 국회가 세제 합리화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세제개편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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