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 두고 KBS·EBS 우려 커져
KBS와 EBS가 수신료 분리 징수를 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원이 줄어드는 것을 두고 불안이 큰 모양새다.
12일 KBS와 EBS는 각각 김의철 한국방송공사 사장 명의 대국민 호소문과 시행령 개정에 관한 입장문을 냈다. 공영방송 제도를 적절히 운영해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숙고와 논의 절차를 마련해 달라는 게 요지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개정 시행령은 12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시스템 보완이 필요해 당분간은 통합 고지된다. 정부는 이르면 10월부터 수신료를 별도 납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S “분리징수,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아”
KBS는 지난 3월 대통령실의 온라인 국민제안을 시작으로 넉 달만에 개정안이 공포된 것을 두고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수신료 통합징수 제도를 구체적 검토와 논의 없이 온라인 토론 결과 하나만을 근거로 폐기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호소문에서 김 사장은 “달라진 사회환경에 맞게 방송법을 개정해 재원조달 방식을 달리 해야 한다”면서 “수신료 징수방법에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분리징수는 현 상황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 되는 제도가 아니”라고 했다. 근거로 든 건 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일본 NHK 사례다. KBS에 따르면, NHK는 매년 6000억원에 이르는 비용을 수신료 징수에 사용한다. 수신료를 전기료에 통합징수하는 KBS가 한국전력에 지급하는 수수료 465억원의 13배에 달하는 규모다. KBS는 “NHK 수신료는 KBS의 5배에 달하는 금액이라 징수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지만, KBS의 수신료 2500원을 전기료와 분리징수하면 수신료의 경제적 의미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BS는 분리 징수로 관련 비용이 2000억가량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김 사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KBS가 지역방송, 재난방송, 장애인방송, 국제방송, 비인기 스포츠 방송 등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데 사용하는 수신료를 징수 비용으로 낭비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민에게 돌려드릴 공익 프로그램의 축소 및 폐지가 불가피하다”며 우려를 표했다. 수신료가 분리징수 돼도 방송법상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되는 것 역시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KBS가 시행령 개정안에 전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KBS는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입법예고 등에 관한 가처분 신청과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더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2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추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 “지금도 적자… 공적재원 조달 방안 논의 필요”
시행령 개정으로 EBS에도 불똥이 튀었다. 적자경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별다른 대안 없이 수신료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EBS는 이날 낸 입장에서 “사교육비 경감과 교육격차 해소라는 EBS의 공적 책무가 급격하게 후퇴하지 않도록 EBS 공적재원 마련을 위한 후속 대책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BS는 상업적 재원이 70%에 달한다. 교육방송이라는 공적 책무를 수행하지만 공적 재원은 30%에 불과하다. 대표 수익사업은 방송광고매출과 교재매출이다. 하지만 방송환경 변화와 원가상승으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게 EBS 설명이다. EBS는 “월 70원을 배분받아 형성한 수신료 수입이 연간 194억원”이라면서 “이런 수입이 있어도 공적책무 수행에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부터 EBS는 비상경영 체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사장을 비롯해 보직간부 전원 임금 삭감 등 비용절감부터 신 성장동력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EBS는 “앞으로도 혁신적 교육 콘텐츠와 서비스로 TV 수신료 가치를 증명하겠다”면서 “EBS가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방송발전기금과 교육보조금 및 TV 수신료 등 공적재원 조달 방안에 관한 사회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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