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원 변호사의 이의있습니다] 합의 안 되면 공탁하면 해결될까? 형사공탁에 대한 오해

박준식 2023. 7. 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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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박준식 기자]

작년 12월 9일 형사공탁특례가 시행되었다. 그로부터 벌써 반 년 이상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졌는지 형사사건 피고인과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형사공탁을 하면 되지 않겠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이는 형사공탁과 형사공탁특례를 혼동하고 또 형사공탁특례의 취지를 오해한 것으로 보여 그 부분을 짚어보고자 한다.

형사재판을 받게 되면 피해자와 합의하였는지가 형을 결정하는데 있어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한다면 대체로 일정한 합의금을 지급하여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주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법원에 밝히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즉, 피해가 회복되었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기 때문에 형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단호히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며 합의를 거절하거나, 합의금의 액수에 대한 서로 입장 차이가 커서 합의금을 받지 않는 경우 부득이하게 형사공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형사공탁특례 시행 이전에도 형사공탁은 존재했고 가능했다. 공탁이란 본래 변제나 담보 목적으로 돈 등을 법원의 공탁소에 맡겨두는 것으로 법령에 공탁을 할 수 있게끔 규정이 되어 있어야 가능한데,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게 되면 공탁 요건을 규정한 민법 제487조의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아니하거나』라는 부분에 해당되어 공탁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피해자의 합의 거절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형사공탁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형사공탁특례는 무엇이 다를까. 바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가 없어 합의를 시도할 수조차 없을 때에도 사건 번호 등으로 피해자를 특정하여 공탁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법령에는 공탁법 제5조의2로 규정되어 있다.

형사공탁특례가 신설된 취지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어떻게든 피해자와 합의하기 위해 무리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거나,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려고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등 문제가 많았던 점과, 그러한 문제를 방지하면서도 피해자가 일정한 금액을 공탁으로라도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피해 회복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따라서 형사공탁특례는 법령의 규정 등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을 때 비로소 이용할 수 있는 것이지, 피해자와 합의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피고인이 마음대로 형사공탁을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니, 이 부분을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형사공탁특례를 떠나서, 섣불리 형사공탁에 의존하는 것은 피고인에게도 결코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안 하는 것보다는 분명 피고인에게 유리하겠지만 형사공탁은 어디까지나 피고인의 일방적인 행위일 뿐,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칠 수 있는 합의에 비하면 그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형사공탁을 할 때에는 회수제한의 조건이 따라붙어서 해당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거나 피해자의 동의가 없으면 일단 공탁한 돈을 되찾아올 수도 없으니 피고인으로서는 행동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재판부가 이 피고인은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구나 하는 안 좋은 인상을 갖게 될 염려도 있다.

이처럼, 형사공탁특례의 조건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파악해보고, 그렇지 않아서 일반 형사공탁을 고려하더라도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본 다음, 어느 시점에 형사공탁을 하는 것이 좋을지, 형사공탁을 하게 된 사정을 재판부에 어떻게 잘 어필하면 좋을지 법률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민사원 변호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최우수로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대법원 국선변호인(2023), 서울고등법원 소송구조(2023), 서울남부·북부지방법원 일반국선변호인(2023), 서울특별시 공익변호사(2023), 사단법인 동물보호단체 헬프애니멀 프로보노로 참여하고 있다.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
박준식기자 parkj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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