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 극복 성공하려면…일부 자구책, ‘사업적 마이너스’로 이어져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조동현 매경이코노미 기자(cho.donghyun@mk.co.kr) 2023. 7.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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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인력난 극복을 위해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기업들이 내놓는 자구책이 꼭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근본적 대안이 아닌 일시적 해법에 불과하다. 일부 자구책은 오히려 ‘사업적 마이너스’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인 점포’다. 코로나19 기간 인력난 여파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무인 가전 매장, 무인 마트 등 다양한 무인 점포가 생겨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인 점포의 약점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무인 점포의 범죄 실태와 형사 정책적 대응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7개월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무인 점포 범죄는 모두 1640건. 한 달에 96건 안팎의 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무인 점포와 최근 마케팅 트렌드가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기간 무인 점포는 ‘비대면’ 트렌드와 맞아떨어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마케팅 트렌드는 ‘고객 경험’이다. 작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직접 설명을 듣고 체험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 기업들이 앞다퉈 팝업 스토어를 여는 이유다. 이에 한때 늘렸던 무인 매장을 다시 줄이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2021년 가전업계 최초로 무인 매장 문을 연 LG전자는 최근 무인 매장 전략을 ‘확장’에서 ‘탄력적 조정’으로 변경했다. 사실상 무인 매장을 줄여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문제점에 동의한다. 동시에 무인 점포 등 무작정 새로운 트렌드를 도입하기보다 본인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상황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아이스크림처럼 아주 보편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인 점포로도 운영할 수 있지만, 판매자만의 경쟁력을 드러내야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무인 점포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어찌 보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차별화된 경쟁력인데, 무인 점포는 그런 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 채용 확대를 두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통해 인력을 대체하겠다는 개념은 긍정적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일부 제도를 손봐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가 甲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제시한 ‘사업장 변경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 원칙적으로 고용허가제(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들은 처음 근무를 시작한 기업에서 계속 일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한 사유일 경우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는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일을 시켜볼까 싶으면 떠난다는 것.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 5월 외국 인력(E-9 비자)을 활용하는 종업원 5인 이상 중소기업 500개사를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8%는 입국 후 6개월 이내 근로자가 계약 해지를 원하는 상황을 겪었다. 사유는 ‘친구 등과 함께 근무 희망(39%)’이 가장 높았다. 계약 해지를 거절한 기업의 85%는 태업·꾀병·무단 결근 등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 허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중소기업 사업주의 피로감이 누적됐다”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인력을 지키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는 진단도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복지를 통해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고 질을 높이면 기존 직원을 지키는 효과는 물론이고 외부에서 봤을 때 일하고 싶은 기업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좋은 직원을 추가로 뽑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 사내 문화 담당자도 “인재를 지키려면 ‘일하고 싶은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경기 침체에도 모든 기업이 조직 문화 개선이나 복지를 늘리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른바 ‘쉬는 금요일’ 정책을 펼치고 있다. 매달 월급날인 21일이 있는 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월 1회 주 4일 근무’ 제도다. 이는 삼성전자 노사 임금 교섭 과정 중 합의된 사안이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워라밸(삶과 일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복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기업들도 복지 확대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 여의도 본사에 이어 최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SK온은 병의 경중이나 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비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LG, 네이버, 카카오 등은 육아 휴직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설정했다. 법정 최대 기간보다 1년 더 길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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