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대리비까지" 法, 미래에셋 일감몰아주기 판단 배경은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의 골프장·호텔 운영사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각종 지원 공세를 펼쳤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미래에셋은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에 따른 자발적 거래였다"고 주장했지만, 계열사는 임직원에게 대리운전 비용까지 지원하며 골프장 이용을 독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계열사들로선 박현주 회장 일가가 90%가 넘는 지분을 소유한 미래에셋컨설팅의 영업이익을 사업 초기부터 늘려주는 게 숙제였다는 취지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2부(재판장 위광하)는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컨설팅 등 미래에셋그룹 8개 계열사와 박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소송에서 최근 공정위 승소로 판결하며, 계열사들이 예산 추가 지원 및 선불카드 구매, 행사·광고 지원 등 여러 방식으로 '부당지원'을 했다고 밝혔다.
2015~2017년 박 회장 일가 지분이 총 91.86%인 비상장사 미래에셋컨설팅은 블루마운틴CC 골프장과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했다.
공정위는 "미래에셋컨설팅에 일감을 몰아줘 특수관계인인 박 회장 등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며 2020년 9월 다른 계열사들에 과징금 총 43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박 회장과 계열사에 "관련 행위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시정명령까지 내렸다.
미래에셋 측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는 모두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우선 재판부는 "각 계열사는 시장 조사 등 거래처를 적합하게 선정하는 과정 없이 미래에셋컨설팅과 거래했다"고 판단했다. 계열사 내에선 사업상 골프장을 이용할 때 블루마운틴CC로 가는 게 원칙이었다. 임직원들은 다른 골프장을 이용할 경우 사유서를 내야 했고, 비용 지출 구조도 더 불편하게 설정됐다. 계열사들은 이 밖에도 행사·연수 및 광고 실시, 명절 선물 구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거래해줬고, 덕분에 미래에셋캐피탈은 4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사들이 구매한 골프장 선불카드 금액만 전체 판매금의 82.1%였다.
재판부는 "계열사 간 거래로 인한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에서 23.7%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대기업 집단의 평균 내부거래 비율인 12%보다 약 2배 높다"며 "골프장 매출 중 70%가 하나의 기업집단에서 나온 것은 '계열사 소유 골프장'이란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골프장에서 쓴 법인카드 금액 중 75%를 예산 추가 지원을 통해 집행했다. 재판부는 "서울에서 강원 홍천군에 있는 골프장까지 가려면 통상 2시간이 넘게 걸린다"며 임직원이 골프장을 이용할 때 대리운전 비용까지 지원해 준 점도 꼬집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보험은 재판 중 소송을 취하했지만, 약식 기소돼 벌금 3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현재 정식 재판을 청구해 공판이 진행 중이다.
미래에셋 측은 "당시 미래에셋컨설팅은 골프장 및 호텔을 운영하며 오히려 318억원의 손실을 봤다. 박 회장 등에게 갔다는 '부당한 이익' 자체가 없는 것"이란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고 해서 부당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각 거래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려 사업 초기 리스크를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었다. 영업 손실 자체는 오히려 이러한 계열사 간 거래가 이뤄진 배경"이라며 "이를 통해 박 회장은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했고, 사업 손실을 줄여 지분가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박 회장이 각 거래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어도 그룹 내 영향력을 이용해 '관여'했다고 봤다. 실제로 박 회장은 골프장 개장 초기부터 내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드러냈다. 2013~2014년 영업 추진 및 경영전략 회의에서 박 회장의 "나중에 골프장 공기도 팔 수 있을지 모른다. 설악산 공기도 팔지 않느냐. (중략) 연수원을 만들어도 좋겠다" "골프장을 점점 더 잘 만들어가야 한다. 향후 가치가 1조원까지 갈 것" 등 발언은 공정위 시정명령 처분의 근거가 됐다.
한편 전날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부당한 이익 제공 관련 규정을 다른 규정 없이 독자적으로 적용한 첫 사례"라며 "판결에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판단기준이 명확히 제시됐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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