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성공률 100% 근접… 중증 간경화·말기 신부전 환자도 수술 거뜬"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2023. 7. 1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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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 30주년' 특별 인터뷰
국내 간이식 수술 年 1500여 건
뇌사 공여 적어… 생체 이식이 80%
신장도 나쁜 경우 많아 동시 이식도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외과·내과·감염내과 등 밀접 협진
면역억제제 복용 등 사후 관리 힘써
기증자도 충분한 검사와 상담 거쳐
간암, 이식 늦어지면 재발 위험 커져
적절한 시기 치료받고 건강 되찾길

 

수많은 혈관을 연결해야 하는 간이식은 고난도 수술이지만 우리나라의 간이식 성공률은 100%에 가깝고, 간이식 수술 술기는 전 세계 1위 수준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러한 국내 간이식 발전 신화에 기여한 의료기관으로, 올해 국내 첫 의사(醫師) 간이식 시행 30주년을 맞았다.

더 나은 간이식 결과를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 중인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 간담췌외과 유영경 교수를 만나, 국내 간이식 최신 현황과 서울성모병원의 간이식 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최종영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유영경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간이식은 어떤 때에 이뤄지나?

최종영 교수: 우리나라에서 간이식을 가장 많이 받는 질환은 간경변이고 그다음이 간암이다. 간경화와 간암의 원인은 B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C형 간염 순으로 많다. 이러한 질환이 있다고 무조건 간이식을 받는 건 아니다. 복수나 황달, 출혈 등 합병증이 있을 때 간이식이 이뤄진다. 간암의 경우, 암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너무 늦게 간이식을 결정하게 되면 이식 후 재발을 하기 때문에 간암이 1개라면 크기가 약 5㎝ 이내, 3개라면 3㎝ 이내일 때 간이식을 한다.

―서울성모병원에선 연간 몇 건의 간이식이 시행되나?

유영경 교수: 국내에선 간이식 환자가 조금씩 증가하면서 매년 약 1500명이 간이식 수술을 받는다. 서울성모병원은 CMC(가톨릭병원)네트워크를 통해 1년에 50~100건 정도를 하고 있다. 간이식은 공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간이식이 가능한 숫자는 제한돼 있다.

―간이식 방법은 무엇이 있나?

유영경 교수: 간이식 방법은 공여자에 따라 구분하면,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는 뇌사자 이식과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 있다. 수술 방법에 따라서는 간을 통째로 이식하는 경우와 부분을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질환에 따라 간이식 수술 방법이 크게 달라지진 않는다. 보통 뇌사자 간이식은 간 전체를 받아 이식하고, 생체 간이식은 간 일부를 떼어 이식한다. 워낙 공여자가 부족해 뇌사자의 간을 분할해 일부는 응급환자에게,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뇌사자 공여가 특히 적어 생체 간이식이 70~80%를 차지한다.

―간이식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경우도 있나?

최종영 교수: 간도 나쁘면서 신장도 나쁜 경우가 있다. 이런 환자는 간을 이식하더라도 신장 때문에 문제가 개선되지 않기에 간과 신장을 동시에 이식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은 가족에게, 신장은 뇌사자에게 기증을 받아 동시 이식을 성공적으로 한 사례가 있다.

유영경 교수: 간경화가 심한 경우도 간이식이 어렵다. 간경화가 심하면 출혈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상상하지 못할 만큼 대량 출혈이 발생한다. 보통 일반적인 수술은 혈액팩을 몇 개 정도만 사용하는데 간경화가 심한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는 100개 이상 사용된다. 수술 시간도 길어 마취를 유지하는 일도 어렵다.

―어려운 간이식이 예상되는 경우, 병원에서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을까?

최종영 교수: 출혈이 커 어려운 수술이 예상된다는 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는 것인데, 이런 환자는 감염도 많이 발생한다. 내과에서는 협진을 통해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한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엔 이식 전 투석을 통해 미리 신장 기능을 개선한다. 신장 기능이 매우 저하된 경우엔 수술실에 들어가서도 투석을 하고, 간이식 후에도 바로 투석을 한다. 워낙 다양한 간이식 환자를 경험해 간이식이 어려운 환자라도 어려움 없이 수술이 가능하다.

유영경 교수: 외과와 내과, 영상의학과, 감염내과 등 간이식과 관련한 모든 진료과가 24시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수술 전부터 수술을 시행하고 나서까지 최적의 결과를 위해 당연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

―협진이 핵심으로 보인다. 서울성모병원의 간이식 협진시스템은 어떠한가?

최종영 교수: 보통 장기이식은 수술이 시작되면 모든 진료가 외과를 중심으로 진행되는데 성모병원은 내과 등 다른 과도 관여를 많이 하는 특징이 있다. 이식 전날 관련 과가 한자리에 모여 환자 리뷰를 하며,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한다. 모든 간이식 환자에게 매번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성모병원은 협진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골수 이식 후 간이식을 성공했다. 이는 간이식 발전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

최종영 교수: 간을 비롯한 고형장기를 이식받으면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면역억제제는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을 줄여주기에 유용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암, 심장 건강 악화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복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랬다간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골수이식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골수기증자가 간도 공여해주면 이를 이식받은 사람은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을 정기적으로 다닐 필요도 없다. 이런 경우가 많지는 않으나 큰 의미가 있는 시도였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나중엔 혈액 내 작은 세포를 이용해 이식해 골수이식 후 간이식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도 있으리라 예상한다. 다만, 현재 의료는 아직 그 수준까진 발전하지 못했다.

―좋은 예후를 위해 더욱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

최종영 교수: 고형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의 가장 큰 문제는 면역억제제를 잘 복용하지 않는 것이기에 약을 꾸준히 복용하도록 교육을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 또한 면역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서 생길 수 있는 고혈압·당뇨를 조절하고, 암 발병률이 높음을 고려해 위·대장 내시경 등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적절한 운동을 하고 있는지, 스트레스 관리는 잘하는 지도 진료 때 꼭 확인하고 있다. 더불어 면역억제제 중단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장기이식 후에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를 면역관용이라고 하는데, 현재는 어떤 사람이 면역관용 상태가 되는지 알 수 없다. 이를 찾기 위해 국내에선 서울성모병원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성과는 면역 기능에 관여하는 장내 균총을 분석해 이식 전·후의 장내 균총이 다르고, 면역억제제 중단에 성공한 환자의 장내 균총은 정상인과 유사함을 발견한 것이다. 어떤 균총을 이용하면 장내 균총이 좋아져 면역억제제를 감량, 중단할 수 있는지 알아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증자를 위한 특별한 노력도 있다고 들었다.

유영경 교수: 기증자야말로 건강한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하는 것이기에 이들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국내 연구를 보면, 장기 기증자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겨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온다. 그 때문에 수술 전 정신과 검사와 상담을 충분히 하고 있는데 그래도 더 보강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증자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신 기술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처음으로 복강경을 이용해 간기증자의 흉터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고안해냈다.

―간이식을 앞둬 불안하거나 간이식 후 걱정이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최종영 교수: 간이식을 앞두면 공여자와 이식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하는데 우리나라 간이식 술기는 세계 1위다. 수술 성공률은 100%에 가깝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적당한 때에 이식을 받길 바란다. 특히 간암 환자는 이식이 너무 늦어지면 재발 위험이 커지고, 고령 환자는 회복이 더 오래 걸리므로 적절한 시기에 간이식을 결정하길 바란다.

유영경 교수: 간이식을 받았다면 절대 술을 마시지 마라. 우리나라는 알코올 관련 질환 때문에 간을 이식받은 경우가 많은데, 부모·자식의 간을 이식받고 나서도 술을 다시 마셔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간이식을 받았다면 정신 차리셔야 한다. 또한 건강에 좋다는 각종 음식, 건강기능식품 등이 매우 많은데 하나같이 간에 좋은 건 없다. 먹고 나서 간이 이미 망가진 다음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선 안 된다. 의사의 지도만 잘 따라오면 큰 문제가 없으니 잘 따라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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