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성의 아이콘이 불어 넣은 활력...사령탑·에이스도 감탄한 태군마마 효과
김태군(33·KIA 타이거즈)은 근성의 아이콘이다. KBO리그가 10구단 체제로 처음 정규시즌을 치른 2015년, 그는 10개 구단 포수 중 유일하게 144경기를 모두 뛰었다.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자세로 동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다른 팀 선수에게도 먼저 다가서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낼 만큼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선수다.
김태군은 KIA 안방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5일 내야수 류지혁(삼성 라이온즈)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고 KIA 일원이 된 그는 6일 SSG 랜더스전부터 선발 포수로 나서 4경기 연속 교체 없이 안방을 지켰고, 새 동료 투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KIA 투수진은 김태군이 선발 포수로 나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했다.
에이스부터 감탄했다. 6일 SSG전에서 김태군과 배터리를 이룬 양현종은 “나는 원래 포수를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김태군과) 처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이 됐다. 하지만 워낙 경험이 많은 포수여서 그런지 (투수) 리드를 잘해주더라”라고 전했다.
양현종은 이 경기에서 5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호투했지만 “경기 초반 슬라이더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김태군은 1회 말 10개나 냈던 슬라이더 사인을 2회부터 확 줄였다. 경기 뒤 김태군은 “슬라이더 구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체인지업을 더 많이 활용했다”고 밝혔다.
김태군은 이닝이 끝난 뒤 더그아웃 한쪽에서 꾸준히 양현종과 대화를 나눴다. 투구 컨디션과 전반적인 공 배합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양현종은 이런 김태군의 모습에 믿음을 느꼈다고.
8일 KT 위즈와의 수원 원정에 선발 등판한 3년 차 좌완 투수 이의리도 김태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 경기에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7승(5패)째를 거둔 이의리는 경기 뒤 “김태군 선배가 말을 많이 걸어주며 편안한 마음이 들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잡생각을 하지 않도록 이끌어줬다”라고 전했다.
이날 김태군은 이의리를 향해 손가락을 지면으로 가리키는 제스처를 종종 보여줬다. 주저하지 않고 낮은 공을 구사하라는 의미였다. 이의리는 “김태군 선배가 팔 스윙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느낌으로 던지라고 조언하더라. 직구는 계속 높았지만, 슬라이더와 커브는 제구가 잘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바로 전 등판(6월 2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6실점하며 부진했던 이의리는 김태군의 도움으로 반등했다.
사령탑 김종국 KIA 감독도 반겼다. 김태군이 이적 첫 출전(5일 SSG전)부터 4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며 클러치 능력을 발휘한 면을 칭찬했고, 베테랑 포수답게 젊은 포수들을 잘 이끈 점도 치켜세웠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김)태군이와 호흡을 맞추며 심적으로 편안해진 것 같다. 젊은 투수들이 특히 더 많이 의지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태군은 푸른 유니폼이 상징인 삼성에서 뛸 때도 붉은색 긴 양말을 착용했다. 그는 “첫째 아들이 붉은 원숭이띠(2016년생)여서 이후 붉은색 아이템을 자주 썼다”라고 설명했다. 몇 경기 만에 호랑이 군단에 녹아든 김태군은 “KIA의 붉은색 유니폼은 내 모습이 제법 잘 어울리는 것 같다. KIA에는 140㎞/h 후반 빠른 공 던지는 젊은 투수 많다. 이들이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
김태군은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곤룡포를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퍼포먼스로 태군마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기대감이 높아진 KIA팬에 의해 올해 그 별명이 다시 소환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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