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가요 뷰] 맹목적인 팬심 시대의 종말…무례함에 맞서는 케이팝 팬덤
“인권 바닥 된 기분이다.”
지난 8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하이브 재팬 소속 그룹 앤팀(&TEAM)의 국내 팬사인회에 참여한 한 팬은 당시 보안요원으로부터 몸수색을 당했다며 SNS에 이렇게 적었다. 해당 글 외에도 SNS에는 보안요원에 의해 소지품 검사와 동시에 속옷 검사 및 신체 부위를 만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성토했다. 일반적으로 팬사인회에서 녹음이나 촬영용 전자기기의 사용을 금하고 있어 소지품 검사가 필연적으로 이뤄지긴 하지만, 몸을 만지고 속옷까지 검사한 것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팬사인회를 주최한 위버스샵은 논란 이후 “전자 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여 이를 확인하는 보안 보디체크가 여성 보안요원에 의해 진행되었고 불쾌감을 드리게 됐다. 아무리 보안상의 이유라고 해도 팬들을 불편하게 할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반쪽짜리 사과문’이라며 적반하장식 입장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돌 그룹 팬들 사이에서 과도한 몸수색과 폭행으로까지 이어지는 과잉 경호에 대한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대책 마련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2월 그룹 NCT 드림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입국하던 인천국제공항에서 현장에 있던 팬이 경호원에게 밀쳐져 전치 52주의 골절상을 입어 논란이 됐다. 해당 경호원은 폭행 혐의로 피소돼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2018년에도 그룹 워너원 매니저가 팬을 과도하게 밀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엑소도 2016년 북미 콘서트, 필리핀 마닐라 콘서트에서도 보안요원의 과도한 몸수색으로 논란이 됐다.
이밖에도 과거부터 아티스트를 경호하는 과정에서 경호원이나 매니저가 팬들에게 욕설이나 폭행을 일삼는 일이 허다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팬덤의 변화다. 과거엔 이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목소리를 내더라도 극히 소수의 입장으로 크게 힘을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혹여 논란을 키웠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팬사인회나 콘서트장 출입이 제한되는 등 행사에서 배제될까 우려해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팬덤은 불합리한 상황에 연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번 앤팀의 팬사인회 당시 몸수색을 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이 행사에 참여했던 또 다른 팬들은 물론 타 아이돌 그룹의 팬들까지 나서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런 변화는 케이팝 팬덤의 달라진 문화와 궤를 같이 한다. 최근 케이팝 팬덤은 맹목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아티스트에게 쓴 소리도 마다 않는다.
최근 완전체 컴백을 앞두고 욕설 등 부적절한 언행으로 팀에서 탈퇴한 틴탑 캡, 마약 혐의를 받은 이후 대중과 쓸데없는 감정 싸움을 하면서 미운털이 박힌 빅뱅 탑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논란들이 소속사를 향해 있었다면 이들은 연예인이 직접적으로 팬들에게 무례를 범한 케이스로, 케이팝 팬덤은 이 같은 무례함에 더이상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침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 연계계 관계자는 “케이팝 산업은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일들이 되풀이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몸수색 논란 역시 흔치 않은 일이긴 하지만, 사실이라면 분명 부적절한 과잉 경호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행스러운 건 목소리를 내기 꺼려하던 과거와 달리 잘못된 것에는 함께 목소리를 내고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한다는 점이다. 케이팝의 성장은 팬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 팬들을 존중하고, 달라지는 팬덤의 문화에 발맞춰 현장 시스템 등을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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