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공중분해? 사실상 막내린 K팝 ‘중소의 기적’
업계와 여론 일방적으로 소속사 지지
소속사·멤버·투자사 모두 사실상 '패자'
K팝 걸그룹 역사상 최장기간 빌보드 '핫100'에 진입(15주)하고 최고 순위는 17위를 기록하며 '중소의 기적'으로 불렸던 '피프티피프티'의 신화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멤버들이 소속사 어트랙트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벌인 이후 여론의 '역풍'이 불면서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향후 활동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도 전례없는 사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사협회는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불순한 세력의 기회주의적 인재 가로채기는 K팝의 근본을 일궈낸 제작사와 아티스트의 성장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입장을 내놨다. ‘중소의 기적’을 응원한다고도 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아이돌이 인기를 얻고 큰 회사로 떠난다면 작은 회사가 아이돌을 키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형 회사도 잘 키운 아이돌을 빼오면 그만이다.
분쟁의 씨앗 '외주 제작'분쟁의 씨앗은 소속사 어트랙트의 '외주 제작'에서 시작됐다. 작곡가 출신 안성일 대표가 이끄는 '더 기버스'에 피프티피프티의 데뷔부터 프로듀싱까지 전권을 맡겼다. 자체 프로듀싱 능력이 없는 중소 엔터사에 흔히 있는 외주제작이다.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발로 뛰어다니며 외부로부터 활동 자금을 마련했다. 차와 시계를 팔고 어머니에게 손을 벌려가며 자금을 끌어왔다고 한다. 더 기버스는 아티스트 활동을 전담했다.
두 회사의 협력관계는 '멤버 빼가기' 의혹으로 깨졌다. 어트랙트가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외부 세력이 전속 계약을 무시하고 피프티피프티가 다른 곳과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내용이다. 외부 세력은 다름 아닌 더 기버스였다. 어트랙트는 안성일 더 기버스 대표를 포함한 4명을 사기 및 업무상배임으로 고소했다. 그 다음날 멤버들은 계약 해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안 대표도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명분도 실리도 없다?피프티피프티의 명분은 3가지로 요약된다. 소속사의 무능력과 지원 부족, 불투명한 정산 그리고 활동 강행이다. 계약서 자체에 독소조항이 있다는 주장은 없었다. 과거 '노예계약'으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 대부분 엔터사들은 이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어트랙트도 그렇다.
데뷔 1년도 안된 그룹이 정산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엔터업계에서 정산은 소속사의 투자 비용을 모두 회수한 다음 발생하는 이익을 아티스트와 나누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알려진 투자금은 8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음악방송 외에는 활동이 거의 없다시피한 멤버들이 번 돈은 많지 않다. 자금을 유치하고 '바이럴 마케팅'으로 빌보드 돌풍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면 소속사 무능력과 지원 부족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 업계 상식과 어긋나는 주장인데다 어트랙트가 월세 270만원 방 3개짜리 강남 숙소를 잡아준 사실까지 알려지며 여론의 역풍이 불었다.
위약금을 줄이기 위해 더 기버스가 그룹 활동을 일부러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위약금은 기존 매출을 토대로 기대수익을 감안해 계산한다. 공교롭게도 계약 해지 소송을 신청한 당일 멤버들이 '피프티피프티' 등의 상표권을 출원한 사실까지 알려지며 '어트랙트 손절'이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 아니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전 대표는 “더 기버스를 전적으로 믿었다”며 "안성일 더 기버스 대표가 멤버들을 가스라이팅했다"고 주장한다. 멤버들이 안 대표를 '진짜 대표'처럼 믿고 따랐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 대표는 멤버 얼굴을 제대로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수천억원 공중분해 '모두가 패자'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소속사와 투자사, 멤버들 모두 '패자'라는 말이 나온다. 법원이 피프티피프티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업계와 팬들이 등돌린 이상 '한국 패싱'을 감안해야한다. 한국에 기반이 전혀 없는 K팝 가수는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해외 인기가 압도적인 K팝 아티스트도 한국을 절대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이번 사태로 사실상 수천억원이 날아갔다. 투자받은 돈과 향후 수익을 모두 감안한 금액이다. 어트랙트는 한세실업과 예스24에서 각각 10억원을 투자받았고, 금융기관에 직접 대출이 어려운 업체를 위해 보증을 서 주는 제도인 기술보증기금의 '투자연계보증'도 활용했다. 더 기버스도 교보문고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밖에도 영화 '바비' 뮤직비디오 출연, 대기업 CF, 방송 예능 출연 등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산됐다. 한영수교 140주년 기념 런던공연, 케이콘 LA공연 출연도 불가능해졌다. 글로벌 팬을 직접 만날 기회를 날린 것이다. 워너뮤직도 한때 250억원 투자를 검토했으나 없는 일이 됐다. "황금알을 낳을 거위가 스스로 배를 갈랐다"는 말이 나온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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